“문자 폭탄도 민심” vs “당 저해”… 친문 주류-비주류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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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윤호중(오른쪽) 의원과 박완주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조국 사태’, 검찰 개혁 등에 대한 당내 ‘소수 의견’에 ‘문자 폭탄’을 퍼부으며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층의 행태가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의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열성 당원이 4·7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의 전면적 쇄신을 요구한 초선 의원들에 ‘배은망덕’ ‘쓰레기’라고 격하게 비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특히 이들을 옹호하던 친문 진영에서도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키우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중진 의원들, 열성 당원 비판
최고위원 출마 백혜련도 가세
친문 당권주자 송영길·홍영표
“에너지로 승화해야” 소극 대처

민주당 변재일 이상민 안민석(5선), 노웅래 안규백 정성호(4선) 등 중진 의원 6명은 15일 강성 당원들을 향해 “자기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문곡직하고 적대시하는 것도 당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권리당원 일동’ 명의로 초선들을 맹비난한 성명서를 공개한 일부 당원에 대해 “전체 권리당원 명의를 사칭, 당헌·당규 및 실정법에도 저촉될 수 있는 행위로서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당내 ‘소수파’인 김해영 전 의원과 조응천 의원이 이들의 행태에 대해 ‘도를 넘었다’며 당 지도부의 대응을 촉구한 데 이어 다선 의원들도 가세한 것이다. 조 의원은 “몇몇 (진보 진영)셀럽들이 초선 5명의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켜 좌표를 찍고 ‘양념’(악플 공격)을 촉구했다”며 “맷집이 약한 의원들은 진저리치며 점점 입을 닫고 있다. 당이 점점 재·보선 패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 여당 간사로 검찰 개혁을 주도해 온 재선의 백혜련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 선거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강성 당원의 당이 아니다”며 “민주당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지도부도 입장을 표명해야 할 때에는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비주류 의원들의 입장에 동조했다. 여기에 강경 친문 성향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도 15일 페이스북 글에서 “일부 문재인 지지자 중에 온라인에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스스로 문파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정신을 철저히 짓밟고 있을 뿐”이라며 “당장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다수인 친문 당권주자들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도부 차원에서 대처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을 보였다.

이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5선의 송영길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자 폭탄은)바람직한 행태는 아니다. 당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오히려 개혁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송 의원은 “도를 넘으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성 지지층의)문자가 한목소리로 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냥 그것을 어떤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며 “당심과 민심은 다르다, 이렇게 (구분)하는 거 자체가 문제해결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오히려 강성 지지층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이날 자가격리를 마친 이낙연 전 대표는 문자 폭탄 행태에 대해 “절제의 범위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떻든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옹호론을 폈다. 이 전 대표 역시 당심과 민심의 괴리 문제에 대해 “당심과 민심은 크게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그 문자는 언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느 한 방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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