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엎친 데 방사능 날벼락… 불안해서 수산물 찾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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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자갈치시장·공동어시장 가 보니

15일 한산한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모습.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곳에는 원산지가 일본으로 표시된 수산물들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모두 울상인데,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배출한다니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15일 오전 11시 찾은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키다리상회. 사장 최욱진(64) 씨가 한산한 시장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최 씨는 “부산과 일본은 해양과 수산시장을 공유할 만큼 가까운 곳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하니 날벼락이 따로 없다”며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논란까지 겹쳐 시민들이 불안해서 수산시장을 찾기나 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발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산 수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125만t의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과 해역이 맞닿은 부산 지역의 수산업계 상인들은 시민 사회에서 ‘방사능 공포’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수산물 소비 위축을 우려한다.

이날 찾은 자갈치시장 판매대에는 ‘일본산 원산지’를 표시해둔 참돔, 돌돔, 가리비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패류를 판매하는 신성범(54) 씨는 이미 들여놓은 일본산 수산물을 걱정했다. 신 씨는 “일본이 양식기술이 좋아 질 좋은 어패류나 돔이 많은데 이런 뉴스가 나오면 사람들은 당장 일본산을 안 찾는다”며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판매 어패류를 국산으로 대체할 방법을 당장 찾아야 해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곤욕을 치렀던 공판장에서는 위기의식이 더했다. 국내 최대 수산물 공판장인 서구 공동어시장에서는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 소식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악몽을 떠올렸다. 공동어시장 중도매업자 윤상현(56) 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터졌을 때도 해양 오염으로 들여오는 생물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원전 오염수가 바다에 배출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우려스럽다”며 “파는 상인들부터 질을 의심하는데, 먹거리를 식탁에 올릴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전했다.

이날 공판장에서 전갱이를 기다리던 중도매업자 김양호(62) 씨도 “전갱이 같은 생선의 경우,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해류를 따라 떠돈다. 전세계 해역을 떠도는 어류가 많아 물고기를 음식으로 먹는 국민들도 원전 오염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오염수가 방류되기 전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수산물 질을 그나마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고등어 90% 조업을 담당하는 대형선망수협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고등어는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회유성 어종으로 태평양 전역을 헤엄쳐 오염수 방출에 타격이 크다.

대형선망수협 김왕영 과장은 “2011년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도 일본 원산지를 철저히 방역하고 국내산 수산물에 안심스티커 붙이는 등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도 회복에 한참 걸렸다”며 “이번엔 오염수 방류양도 많고 50년 방류기간도 지속된다고 해 더 심각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 수산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부산공동어시장 출자 5개 수협은 긴급대책회의에서 수산물 기피현상으로 경제 한 축이 파괴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공동어시장 박극제 대표이사는 “해양 오염수가 방류되면 단순히 활어 오염을 넘어 전통시장, 물류창고 등 부산 수산업계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 러시아 등 피해를 입은 타국과 협의해 일본 정부에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은샘·장병진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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