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붕장어 국군 장병 ‘정식 메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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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장어 군납이 시작된 가운데 강석주 통영시장이 근해통발수협 붕장어 가공시설에서 군납용 붕장어 손질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통영시 제공

대한민국 국군 전투력 향상을 위해 ‘활력의 제왕’ 붕장어가 전격 투입된다. 군 장병 특식으로 간간이 제공되던 붕장어가 올해부터 정식 메뉴로 장병 식탁에 오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극심한 내수 부진에 최대 소비처인 대일 수출까지 막혀 기진맥진한 근해통발업계에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전 부대 대상
1인 90g씩 연 2회 제공
전투력·어민 소득 향상 기대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근해통발수협은 올해 국방부에 납품할 ‘기본 급식용’ 붕장어 1차 물량으로 6.7t, 1억 7000만 원 상당을 출하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방부는 장병 선호도를 고려해 매년 급식 품목을 정한다. 붕장어는 2019년 신규 급식 제안품목 도입을 위한 시험 급식용으로 군납을 시작했다. 당시 육군 제7군단 소속 장병 2만여 명에게 3회에 걸쳐 제공됐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덕분에 지난해 선택 급식 품목을 거쳐 올해 35만 국군장병의 먹거리가 되는 기본 메뉴에 이름을 올렸다.

군납용 제품은 조리가 쉽도록 머리와 뼈 그리고 내장을 제거하고 5cm 크기로 손질한 순살 형태로 공급한다. 벌집무늬로 칼집을 넣어 잔가시의 이물감을 없앤 게 특징이다. 튀김이나 양념구이로 안성맞춤이다.

원물 수급부터 가공·납품까지 근해통발수협이 책임진다. 특히 식품 안전성을 위해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자체 시설에서 가공한다. 올해 납품할 붕장어는 모두 63t. 전 부대에서 장병 1인당 한 번에 90g씩 올해 2회 제공할 수 있는 양이다. 원물 기준으로 100t 상당에 달한다.

이번 군납으로 근해통발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다. 업계는 그동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대일 수출에 의존했다. 그런데 2019년 일본의 경제 도발 여파로 사실상 수출이 중단 상태다. 일본 정부가 통관 인력을 늘리며 감시를 강화했고 현지 수입상도 이를 핑계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보양식 인기가 시들해지고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내수시장도 얼어붙었다. 가격 지지를 위해 수협이 수매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재 근해통발수협이 사들여 보관 중인 붕장어 냉동품과 원물이 700t에 달한다. 조합원 생존을 위한 조처지만 치솟는 금융 비용 탓에 더는 무리다. 저장고도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업계는 수도권 판촉 행사를 여는 등 동분서주하며 내수 소비 활성화에 주력해 왔다. 이와 함께 특단의 대책 중 하나로 제안한 게 군 급식 품목 지정이다. 월 1끼만 해도 대량 소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몇 차례 군납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다른 식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 탓이다.

이에 통영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까지 측면 지원에 나섰고 어렵게 군납 물꼬를 텄다. 이 과정에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통영고성지역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양 위원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민홍철(경남 김해) 의원을 통해 신규 급식 품목 추가를 이끌어 냈다.

근해통발수협 김봉근 조합장은 “소비시장 위축으로 재고가 넘쳐 나면서 어민들의 경영 불안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 분명 가뭄에 단비나 다름없다”면서 “맛과 영양이 뛰어난 붕장어를 통해 군 급식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국방력 향상에도 기여하도록 수급과 위생 관리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석주 통영시장도 “소비 둔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어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품질 개선 등 장병 만족도 향상을 통해 붕장어를 매년 급식 기본 품목으로 유지하면서 납품량도 늘어나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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