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도 역사 위치 놓고 갈라선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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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과 합천군이 남부 내륙철도 역사 위치를 놓고 연일 대립하면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는 양상이다.

남부내륙철도는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를 잇는 187.3km의 고속철도다. 정부는 남부내륙철도 역으로 김천, 상주, 합천, 진주, 고성, 통영, 거제 등 7개 역을 선정해 추진할 예정이다.

합천역 위치 둘러싸고 연일 대립
거창군 해인사역유치추진위 발족
합천 가야·야로면 주민까지 합세
합천군 “군민 분열 조장” 규탄집회

하지만 합천역 위치를 두고 거창군과 합천군이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거창군은 남부내륙철도 최적의 역사 위치는 해인사역이라고 주장하며 ‘해인사역 유치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해인사역 유치에 나섰다. 거창군은 지난달 가조면을 시작으로 12개 읍·면 중 7개 읍·면이 남부내륙철도 해인사 역 유치추진위 발대식을 개최하고 있다.

여기에 해인사와 합천군 가야면과 야로면 주민들도 추진위원회 발대식에 합세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역시 발대식에서 수혜 인구와 이용객이 가장 많은 7만 거창군민의 의견을 듣지 않고 무시한 국토부를 규탄했다.

이에 합천군도 반격에 나섰다. 15일 합천군 사회단체 대표들 100여 명이 합천군청 앞에서 거창군의 행보에 대해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거창군은 합천군을 기만하는 합천역사 위치에 대한 간섭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거창군은 합천군민의 분열을 조장하는 모든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국토교통부 안을 부정하는 시위를 하는 것도 문제 삼았다. 해인사역 유치추진위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거창향우회연합회와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열었다.

15일 합천군청 앞 집회에서 사회자인 이종철 남부내륙철도 합천역 유치위원은 “지금 거창군이 하는 행동은 자기들만의 이익을 얻기 위한 것으로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합천군민의 여론 분열만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거창군이 초래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진정성 있게 합천군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 14일 개최한 거창읍 발대식에서 거창군수가 앞장서 거리 행렬을 한 것도 비난했다. 집회에 참석한 배몽희 합천군의회 의장은 “지난 10년 동안 합천 KTX를 요구해왔고 국토부에서 설명회, 공청회를 통해 합천읍의 타당성을 얘기했다”라며 “국토부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거창군은 지금 합천 여론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라며 “합천군의회도 남부내륙철도 합천 유치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모인 합천군민들은 하나같이 이웃사촌인 거창군에 대해 남부내륙철도 사업이 늦어지거나 무산된다면 두고두고 원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앞으로의 두 군의 행보가 주목된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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