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의 기억을 되찾아라” 만물상에서 펼쳐지는 ‘휴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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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제39회 부산연극제

연극 ‘복길잡화점의 기적’ 연습 장면. 극단 따뜻한사람 제공

단 따뜻한사람 ‘복길잡화점의 기적’

“좌판으로 돈을 열심히 벌어 만물상이 될 거야. 넌 계산기만 두드리면 돼.” 청년 경석은 연인 연화에게 한 약속을 지켰다. 아들 이름을 딴 복길만물상은 세월이 흘러 복길잡화점이 됐다.

제39회 부산연극제 최종 경연작 두 번째 작품은 극단 따뜻한사람 ‘복길잡화점의 기적’이다. ‘복길잡화점의 기적’은 치매를 소재로 한 가족 휴먼극이다. 이민혁 극작가가 쓴 이 작품은 2017년 극단 따뜻한사람이 초연했고,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줘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왕사장님’으로 불리는 경석, 아들 복길에게 잡화점 운영을 맡겼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은’ 아들 복길은 잡화점을 카페로 바꿀 궁리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연화가 내놓은 된장찌개에서 리모컨이 나왔다. 해병대 출신 경석은 가족과 잡화점 직원들을 불러 놓고 선포한다. “1978년으로 되돌아간 연화의 기억을 되찾아 오겠다.”

이틀 동안 복길잡화점을 복길만물상으로 바꾸는 ‘기억 수복’ 작전이 시작된다. 경석은 아내 연화를 만물상 카운터에 앉힌다. 연화는 아들 복길을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손님으로 생각한다. 경석은 면접시험을 보러 간다는 ‘취준생’ 손님에게 좋은 향기가 나는 껌을 선물한다. 공사장 인부들에게 시원한 보리차를 제공하는 인정 넘치는 만물상을 보면서 복길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동물원 서커스를 보러 가자는 연화의 말에 잡화점 직원들은 서커스 단원으로 변신한다. 이들의 허술한 서커스 공연 장면은 웃음을 부른다. 복길잡화점 가족과 직원들의 노력은 통째로 날아간 연화의 기억을 되살리는 기적을 부를 수 있을까? ‘복길잡화점의 기적’은 치매, 간병, 한부모 가정 등에도 관심을 가진다. 작품에 숨겨진 반전을 공연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

허석민 연출가는 연극의 주제가 ‘현실의 아픔을 현실적인 것으로 치유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치매라는 사건을 각 세대가 어떻게 마주하는지를 집중해서 보기를 권한다”며 “가족의 아픔을 전문 의료인이 아닌 가족들이 사랑으로 보듬고, 이를 통해 경석이 현실을 인정하고 용기를 내는 것을 보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길잡화점의 기적’=17~18일 오후 4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 010-5268-2367.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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