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프간 미군 완전 철수”… 미, 최장기 전쟁 종식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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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국립묘지의 ‘제60 구역’을 방문했다. 60구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벌인 ‘테러와의 전쟁’으로 순직한 장병들이 묻힌 곳이다. UPI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오는 9월 11일 이전까지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 전쟁이 2001년 9·11 테러 발생 20년 만에 사실상 끝을 맺게 되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아프간 주둔 연합군을 철군하기로 했다.

9월 11일까지 주둔군 전원 철군
나토군 7000명 철수도 합의
9·11 테러로 시작된 아프간전
20년 만에 사실상 완전 종료
“미군 공백 정국 혼란” 불안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20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 공습을 발표했던 백악관 트리티룸에서 가진 연설에서 다음 달 1일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을 시작해 9월 11일 이전에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며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2011년 제거됐고 알카에다 역시 아프간에서 분해되는 등 목적을 달성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라는 더 큰 도전에 대처하고자 미국 외교정책을 조정하길 원한다”며 “우리는 출구로 성급하게 달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군 이후에도 외교적·인도적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며 아프간 정부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임을 약속했다. 하지만 미군이 철수하는 동안 탈레반이 공격을 감행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나토도 아프간 철군 결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나토 30개 회원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5월 1일까지는 아프간 지원 임무 병력 철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토는 2001년부터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현지 병력 훈련 등을 담당하는 비전투 임무를 맡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맞춰 아프간에 있는 나토 병력을 철수하기로 동맹이 합의했다면서 완전한 철수는 몇 달 내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경제 기반이 허약하고 분열상이 심각한 아프간이 미군 철수 후 또 다른 내전 등 후폭풍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 내 정치적 갈등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버팀목이던 미국마저 빠져나갈 경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기반이 더욱 약해지고 정치 세력 간 대립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1996년 집권 성공 후 2001년 미국 공격으로 정권에 밀려났다가 현재 국토의 절반 이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탈레반이 군사력 공백을 노려 아프간을 다시 완전히 장악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습을 비롯한 군사 훈련과 물량 지원 등을 통해 아프간 정부군을 떠받쳐왔던 미군 등 외국군이 물러나게 되면 탈레반이 마음놓고 아프간 전역을 누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발표대로 오는 9월까지 완전 철군을 마치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인 아프간전이 ‘승리 없는 대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아프간에는 현재 미군 2500명과 나토군 7000명가량이 남아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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