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 원에 취준생 죽게 한 피싱범 ‘김민수 검사’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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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60만 원. 보이스피싱범 ‘김민수 검사’가 한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고 손에 쥔 돈이다. 지난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악질 보이스피싱범이 결국 경찰에 덜미가 붙잡혔다.


지난해 국민 공분 산 사기범
중국 유흥주점 회식 사진 확보
1만 명 대조 끝에 붙잡아
부산경찰청, 3명 구속송치
피싱 금액만 100억 원 넘어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4일 “사기와 범죄단체 가입 활동 등 혐의로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40대 A 씨 등 5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3명을 구속송치했다”고 밝혔다. 자칭 ‘김민수 검사’ A 씨가 전국을 분노로 들끓게 한 것은 그의 전화 협박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20대 취업준비생 B 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B 씨의 아버지가 지난해 2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내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게재한 것이다.

순진할 정도로 남을 돕기를 좋아했던 B 씨였다. 대학 생활 중에도 고향에 내려올 때마다 부모에게 ‘봉사활동 일정을 잡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는 게 어머니의 전언이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통화가 끊어지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묻겠다’는 A 씨의 협박에 떨며 7시간 넘게 끌려다녔다. 그러다 지난해 1월 ‘가족에게 미안하다. 장례는 간소하게 치러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부산경찰청 수사 담당자도 “A 씨는 피해자를 7시간 넘게 끌고 다니며 420만 원을 입금받아 이 중 60만 원을 챙겼다. 그것도 모자라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압박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팀은 2019년 말부터 A 씨가 속한 보이스피싱 조직을 인지하고 수사를 이미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수사 2개월 만에 B 씨의 사연을 듣게 됐고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부산경찰청은 A 씨가 속한 조직을 덮쳐 조직원 98명을 검거했다. 5년 넘게 보이스피싱을 저질러 온 이들이 빼돌린 돈은 100억 원이 넘었다.

검거된 조직원 중 A 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적 있던 조직원을 찾아낸 경찰은 회식사진 한 장을 확보했다. 조직원들이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빼돌린 돈으로 중국 현지 유흥주점에서 흥청망청 회식하던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A 씨의 얼굴을 확인한 경찰은 이후 1년 가까이 중국 항공기 탑승객 1만 명의 사진을 대조해 A 씨의 신원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창궐한 상황인 데다 중국 현지에 차려진 6개의 사무실을 정기적으로 옮겨다니며 범행을 저지르는 A 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수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급물살을 탔다. 중국 현지에 꽁꽁 숨어있던 A 씨가 지난해 몰래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A 씨의 인상착의를 특정한 경찰은 지난달 잠복 끝에 그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권상국·탁경륜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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