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미시공 때 어떤 피해 입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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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가 설치된 아파트에는 예비 전원장치 등 20가지 설비가 의무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의 감독 소홀과 건설사의 배짱으로 대부분 아파트에서 해당 설비가 부족하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아 입주민들의 재산권과 안전이 침해받는다.

‘예비 전원장치’ 없으면 정전 때 위험
‘홈게이트웨이’ 미설치 땐 해킹 취약

정부는 2008년 11월 주택법 제35조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32조의2(지능형 홈네트워크설비)를 신설했다. 이듬해인 2009년 정부는 ‘홈네트워크 설비설치 및 기술기준’을 발표하면서 공동주택에 홈네트워크를 설치하려는 건설사는 반드시 해당 기준을 지키도록 했다.

이 기준은 20가지의 의무설비와 표준공법으로 구성된다. 홈네트워크를 설치하는 아파트는 예비전원장치, 홈게이트웨이, 월패드 등 20가지 설비와 ‘KS표준’에 따른 공법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KS표준이라는 기준을 만든 것은 업체 간 중복 투자를 막고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건축주는 주택법 102조 8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통신설계사와 통신감리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통신공사업체는 영업정지 최대 3개월이라는 강도 높은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전국의 아파트 상당수는 홈네트워크에 따른 의무 설비가 없거나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입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받는다. ‘스마트홈’을 표방하는 모든 아파트 입주민은 당연히 법적 기준에 맞는 홈네트워크 설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입주민이 추가로 설치할 경우 수백만 원까지 비용이 드는 것으로 통신설계 전문가는 추산한다. 경남 김해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홈네트워크에 ‘예비 전원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것도 재산권을 보상받기 위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예비 전원장치가 없으면 정전 등 유사시에 홈네트워크가 무용지물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재난 상황에서 출입문·난방·조명 등 세대 내 장치를 통제할 수 없게 돼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해킹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도 우려된다. 해킹을 막는 방화벽 역할인 ‘홈게이트웨이’ 또한 제대로 시공되지 않고 있다. 방화벽이 없으면 세대 간 해킹에 취약하다. 해커가 프로그램을 통해 홈카메라로 집 안을 훤히 보거나 현관문까지 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보안을 꾸준히 공부한 대학생 정도면 충분히 해킹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홈게이트웨이 등 의무 설비는 입주민들의 보안과 안전을 위해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S표준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비호환 문제도 있다. 국내 홈네트워크 제조사는 총 8곳이다. 제조사마다 다른 표준 프로그램으로 입주 후 주민이 기기를 추가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경우 선택권이 줄어든다. 시스템 에어컨이나 디지털 잠금장치 등 변경을 원하면 입주 때 시공된 홈네트워크 제조사의 기기만을 사용해야 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KS표준을 지키지 않으면서 기기 간 호환이 전혀 안 된다”며 “입주 이후 시스템 에어컨을 추가 설치해도 홈네트워크랑 연결이 안 되거나 디지털 잠금장치와도 호환이 안 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성현·이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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