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서 해운대 이사 온 ‘500살 할매 팽나무’ 시름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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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에서 해운대구로 이사한 500살 팽나무 ‘할매나무’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산신항 배후도로 공사 탓에 터를 옮긴 지 11년 만이다.

2011년 APEC나루공원 이식
아래쪽 일부 가지에서만 새순
올봄부터 고사 진행 징후 나타나

지난 13일 오전 10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교차로 인근 APEC나루공원. 공원 입구에 높이 10m, 둘레 4m의 ‘부부 노거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수영강 쪽과 가까운 곳에 터를 잡은 일명 ‘할배나무’는 상대적으로 초록 잎이 골고루 자란 모습이다. 하지만 바로 옆 ‘할매나무’는 아래쪽 일부 가지만 잎이 난 상태였다. 가슴 높이 위쪽은 앙상했다.

수령 5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부부나무는 가덕도 율리마을의 터줏대감이었다. 율리마을에 가덕도 부산신항 배후도로 건설이 시작되면서 식재에 적합한 장소로 선정된 APEC나루공원으로 2010년 이사를 왔다. 당시 바지선과 트레일러까지 동원된 부부나무 운송 작전에는 예산 2억 5000만 원이 투입돼 화제가 됐다. 이후 부산시 보호수로 지정된 두 나무는 새 보금자리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11년이 지난 올해 봄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수목 전문가들은 봄이 와도 잎을 늦게 피우는 팽나무도 있지만, 할매나무는 건강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진단한다. 맨 꼭대기 줄기인 ‘우듬지’ 부분이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고사가 진행 중인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생육이 원만하지 않을 수 있어 땅을 파서 뿌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서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으니 동일한 장소에 있는 할배나무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외과수술이나 영양제 주입 등을 꾸준히 해 왔다고 밝혔다. 해운대구청 늘푸른과 관계자는 “다음 주에 나무의사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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