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성지’는 옛말… ‘낙동강 전선’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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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전선’이 이상하다.”

내년 6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낙동강 벨트’에 기존과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낙동강 벨트는 서부산의 북·사하·사상·강서구와 동부경남의 경남 김해와 양산 등 6곳을 말한다. 지금까지 유달리 진보 성향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보수와 진보가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부산·김해·양산 등 변화 기류
박형준 60%대 득표 압승 거둬
오거돈 당선 때보다 높은 득표율
진보-보수 팽팽 신격전지 부상
대선·광역단체장 선거가 변수

현재 6곳의 기초단체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2018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 오거돈(부산) 김경수(경남) 당선자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곳이다. 총 7명의 민주당 PK 국회의원 중 5명이 낙동강 벨트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곳이 ‘노무현·문재인의 아성’으로 불렸던 이유다.

2018년 6월 부산시장 선거 때 오거돈 당선자는 부산 북(57.1%) 사하(56.1%) 사상(56.1%) 강서구(59.2%) 등 서부산 4곳에서 압승을 거둬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를 18%포인트(P) 차이로 이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보수 진영 입장에선 서부산이 ‘난공불락’이었다.

하지만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부울경을 휩쓸면서 낙동강 벨트의 기류도 급변했다. 이번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박형준(국민의힘) 당선자가 오거돈 전 시장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박 후보의 북(61.3%) 사하(61.8%) 사상(61.5%) 강서구(56.0%) 득표율은 보수진영 출마자 중 유례가 드문 대기록이다. 이곳의 정서가 정권과 후보에 따라 얼마든지 변한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 때 토론회에 고의로 불참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대근 부산 사상구청장은 14일 부산고법 항소심에서 벌금 50만 원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정명희 북구청장은 자신의 이름이 명기된 방역 마스크를 배포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가장 강력한 행정조치인 ‘서면경고’를 받았다. ‘3선 연임’을 준비 중인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고령(76세)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일권 경남 양산시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파기환송되기는 했지만 2심까지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아 적잖은 상처를 입은 상태이다. 김해(노무현)와 양산(문재인)의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정서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의 사정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후보들은 부상하지 않고 기존의 인물들이 ‘영역 다툼’에 치중하고 있다. 부산 사하에선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김척수 당협위원장과 조정화 부산외대 교수가 경쟁하고 있고, 경남 양산에선 나동연 전 양산시장과 한옥문 도의원이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놓고 정면대결을 준비 중이다. 부산 북구와 경남 김해에서는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 사상과 강서에선 각각 송숙희 전 구청장과 이종환 전 부산시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기초단체장 경선에 개입하길 꺼린다.

이에 따라 ‘낙동강 전선’의 최종 승부는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광역단체장 선거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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