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행 안전 위해 ‘CCTV 사각지대’ 등산로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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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부산 서구 시약산 등산로에서 70대 남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열흘 넘도록 범죄 단서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목격자도 없고 현장 인근에 폐쇄 회로(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아서다. 산지가 많은 지형이어서 어느 지역 주민보다 즐겨 등산을 하는 곳이 부산이다. 하지만 등산로가 ‘CCTV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해마다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이와 비례해 시민들의 불안감 역시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번 시약산 살인 사건을 계기로 범죄에 취약한 부산 지역 등산로에 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산지 많은 부산, 강력 범죄 무방비
진·출입로 등 방범 시설 확대 절실

부산 지역 숲길에 설치된 CCTV는 2019년 기준으로 19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전국 대비 1.3% 수준으로 범죄에 취약한 등산로의 처지가 전국 어느 곳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수치가 증명해 준다. 부산 지역의 산에서 일어난 범죄는 4년 새 14%(2019년 기준)나 증가했고, 더군다나 강력 범죄는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부산 연산동 배산 중턱 등산로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은 20년째 미궁에 빠져 있다. 2015년 경남 무학산에서도 혼자 하산하던 50대 여성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산지 자체가 범죄에 용이한 지형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방범 시설마저 부실하다 보니 강력 범죄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것이다.

물론 CCTV 설치 확대와 방범 강화는 인력이나 예산 확보와 얽혀 있어 해결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중대 사안이라는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등산로에 CCTV를 설치하기 힘들다면 주요 진·출입로에라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등산로 안쪽도 길이 갈라지는 주요한 길목은 등·하산객을 모두 포착할 수 있는 곳이므로 CCTV가 필요하다. 비용 대비 효율을 따져 CCTV와 비상벨 등 방범 시설물의 선정 위치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약산 일대 등산로 10곳에 CCTV가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산지는 다른 지역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타 지자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여파로 레저 인구가 등산 쪽으로 몰리는 시절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등산로는 인적이 드물고 조명과 방범 시설이 부족한 탓에 강력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피해자는 여성이나 노약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산행에 나서는 개인 차원의 철저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치안 당국이 범죄 예방과 보안 시스템 강화를 위한 근본적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범죄가 터질 때마다 내놓는 대책은 미봉에 그칠 때가 많았다. 시민의 휴식처인 등산로를 더 이상 강력 범죄의 온상으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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