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10)입체로 드로잉하다, 정혜련의 ‘Abstrac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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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1977~)은 부산을 거점으로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작업을 이어 나가는 작가다. 그는 2004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에 선정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하정웅청년작가상, 송암문화재단 신진작가 선정, 김종영미술관 올해의 젊은 조각가상, SEMA 신진작가 선정, 수림미술상 수상 등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 작가는 ‘입체 드로잉’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빛과 움직임이 공존하는 3차원의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설치 미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존재와 관계, 사유와 공존 등에 대한 주제에 천착해서 작업을 이어 간다.

작가는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이 공간을 매우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 경계의 중심에서 관계성을 연구하기 위해 ‘비가시적인 마음의 상태’를 3차원 입체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이는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연결해 주고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정 작가의 작품 ‘Abstract time’은 마치 롤러코스터의 레일을 보는 듯, 휘어지고 둥글게 말린 선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유영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선들은 LED 조명과 나무가 겹쳐진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공간 한편에는 가죽끈 뭉치들이 선풍기에 걸려 비정형적인 형태를 만들며 돌아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둥글게 뒤엉킨 선들에서 시시각각 발산하는 빛에 의해 만들어진 그림자는 공간 전체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며 단 한순간도 고정되지 않게 교란시킨다. 이는 신체와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경계, 비물리적이고 가시화하기 힘든 것들을 시각화한 것이다. 즉, ‘Abstract time’은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마음에 담아 놓은 시간의 덩어리와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소장품 하이라이트Ⅲ-경계 위의 유랑자’ 전시에서 관람할 수 있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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