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돈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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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철 (주)세진튜브텍 대표이사

대한민국이 돈 문제로 들끓고 있다. 부동산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이슈와 국민의 공분을 산 LH 사태, 선거 기간 터져 나온 많은 이슈 중 대다수가 근본적으로 돈과 관련된 문제다.

돈이란 과연 어떤 존재이기에 이토록 모든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최근 이슈들의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돈에 대한 가치판단이 정립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위해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돈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도구다. 식품이나 옷을 사고 집세를 내거나 교육을 받는데도 돈이 있어야 한다.

모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는 “돈이라는 교환 수단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한 달도 채 안 돼 공황 상태에 빠지고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고 기술했다. 그만큼 돈이 세상이 운영되는데 중요한 도구임은 분명하다.

얼마 전 “돈은 너에게 무엇이냐”고 묻는 지인의 물음에 필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있으면 그리고 많으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성의 없이 답했을 뿐이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세상 사는 사람 모두 돈에 대한 자기만의 가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원하는 재물의 액수가 천차만별이라 돈의 가치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다다익선일 수도 과유불급이 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사농공상’이라 하여 돈이나 재물을 축적하는 것을 천시하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청백리는 드물었고 탐관오리들은 백성의 피와 땀을 부정 축재해서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이 허다했으니 지금과 다르지 않다.

돈은 그 많고 적은 개인의 처지에 따라 상대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부유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게을러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반면 가난한 사람은 부유한 사람이 물질 만능적이거나 탐욕스럽다고 성급하게 단정 지을지 모른다.

하지만 돈이 많고 적음에 따른 편견보다는 돈의 소비에 어떠한 모습을 보이느냐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더 정확한 기준이 될 것이다. 남의 돈 귀한 줄 모르고 자기 돈 아까운 줄만 아는 사람이 있지만, 어렵게 살아도 기부나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려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남에게 기부하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충실히 돈을 쓰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최근 돈을 대하는 젊은 세대의 다른 행태가 눈에 띈다. 국내 한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MZ세대라 불리는 25~39세 국내 청년들의 60% 이상은 충분한 자금을 빨리 모아서 조기 은퇴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빨리 돈을 모아 경제적 자립을 이룬 다음 조기에 은퇴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파이어족’이 고학력,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돈을 버는 방식이나 돈에 대한 가치관, 돈의 소비 행태에 대해 가치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그저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고루한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필자 자식들에게 그리고 우리 청년들에게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손에 쥐고 있는 ‘돈’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10년 뒤 나를 결정하는 건 그동안 읽은 글과 곁에 있는 친구라고 전하고 싶다.

노르웨이의 시인인 아르네 가르보르그는 “음식을 살 수 있지만 식욕은 살 수 없고, 약을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푹신한 침대를 살 수 있지만 잠은 살 수 없고, 지식을 살 수 있지만 지혜는 살 수 없고, 재미를 살 수 있지만 기쁨은 살 수 없고, 화려함을 살 수 있지만 따뜻함은 살 수 없고, 지인을 살 수 있지만 친구는 살 수 없고, 하인을 살 수 있지만 충직함은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운 때문이든 피땀 흘려 노력해서 번 돈이든 돈 자체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과 주변을 위해 잘 사용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행복의 도구가 바로 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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