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나눔은 인류애, 부활절 의미 되살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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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부산교구 손삼석 주교 가난한 나라 돕기, 5월 23일까지 모금 “백신이 몇몇 나라 소유물 되면 슬픈 일 한국 천주교회가 세계 첫 나눔 운동 일반인 동참 가능, 이 세상에 희망을”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백신 나눔은 사랑 생명 부활의 의미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제공

“백신 나눔은 인류애의 어깨를 겯고서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는 것입니다. 이달 4일 부활절을 기해 부산교구에서 백신 나눔 운동을 정식 선포했어요. 가난한 나라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자는 것은 사랑과 생명을 나누자는 것이에요.”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66) 주교의 말이다. 애초 메시지는 로마에서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백신 공급의 우선권이 부자들에게 주어지거나, 백신이 모두가 아닌 몇몇 나라의 소유가 된다면 슬픈 일입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인류애에 호소하는 백신 나눔 운동이 한국에서, 부산에서 시작된 것이다. 선진국의 과도한 독점적 주문으로 백신 보급에 치명적인 도덕적 실패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구의 몇 배에 달하는 12억~18억 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상당한 실천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다른 나라를 위해 백신 나눔 운동에 나선 것은 한국 천주교회가 세계에서 처음이에요. 미국과 유럽에서는 돕자는 말들만 하는 셈이지요.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 85개국이 2023년까지 백신을 온전히 접종하기도 힘들 거라고 해요. 특히 아프리카 54개국 12억 인구가 백신을 접종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지요.”

부산교구에서는 현재 열흘 남짓 동안 4688여만 원이 모금됐다. 모금은 ‘성령강림 대축일’인 5월 23일까지 진행하고, 6월 6일 ‘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2차 헌금을 해서 모금액에 보탤 계획이다. 이렇게 모금한 것을 로마교황청에 보낸다는 것이다.

“나 혼자만 낫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백신 나눔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것은 인류 공존의 뜻을 살리는 것이고, 나아가 이제 코로나가 극복될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부산교구에서는 신자들의 호응이 매우 좋습니다. 코로나라는 초유의 재앙에 맞닥뜨려 그간 우리는 너무 움츠려 있었고, 평소에 당연시했던 모든 것의 소중함을 참으로 절실하게 깨닫지 않았습니까.”

손 주교는 희망에 대해서 말했다. “신자들이 전혀 참석하지 못한 지난해 부활절과 크리스마스 미사 때와는 달리 올해 부활 대축일 미사 때는 좌석 수의 20%는 참석했어요. 신자들의 눈빛 속에서 감동과 감사, 감격이 보이더군요. 우리는 많은 자각을 얻었고 이제 희망을 넉넉히 말해야 합니다.”

부산교구에서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랑의 자선금 8억 원을 모금했다고 한다. 그중 6억 원을 신천지 사태 때의 대구 의료계와, 부산의 이주노동자 단체, 부산의료원 등 곳곳에 기부했다고 한다. 또 부산교구는 최근 군부 쿠데타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빚어진 미얀마를 돕기 위해 3만 달러도 보냈다고 한다. 이런 것이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이다.

손 주교는 “백신 나눔 운동에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세상에 부활과 희망을 널리 선포하자”라고 말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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