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범 잡은 치킨 가게 직원
부산 북구 치킨 가게 직원이 여자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던 20대 남성을 잡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지난달 4일 오후 9시 20분께 부산 북구 화명동의 한 상가 여자 화장실. 치킨 가게 여직원 A 씨는 바로 옆 칸에서 휴대폰 촬영음 같은 소리를 들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A 씨는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 아래로 발도 보이지 않자 가게 매니저 정재훈(25) 씨에게 ‘화장실에 이상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화명동 여자화장실 몰래 들어간
20대 남자 추격 끝에 붙잡아
정 씨는 화장실을 찾아 문을 두드리면서 나오라고 했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한동안 대치 끝에 결국 안에서 20대 남성 B 씨가 나왔다. B 씨는 ‘남자 화장실인 줄 알고 잘못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씨는 이대로 보내줄 수 없고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했다.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B 씨의 전화를 넘겨 받아 확인해보자, 화장실 변기와 타일이 찍힌 사진이 있었다. 몰려든 사람 중 한 명이 B 씨에게 “사진 찍은 것 맞네”라고 하자 B 씨는 갑자기 휴대폰을 확 낚아채 상가 지하 계단으로 도망갔다.
정 씨는 B수십 미터에 달하는 추격전 끝에 지하주차장에서 B 씨를 잡을 수 있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정 씨를 범인을 검거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우리 동네 시민경찰’로 선정했다. 정 씨는 지난 1일 화명동 지구대에서 표창장과 함께 신고 보상금을 받았다.
정 씨는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범죄에 노출돼 본능적으로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밝혔다.
가게 점주 송세훈(33)씨는 “범인을 잡은 직원은 함께 한 지 3년 정도 됐고, 항상 성실하고 바르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B 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같은 일에 나서기를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용기 있게 적극 나서서 범인을 검거한 시민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kk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