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지자체 방역 충돌, ‘서울형 거리두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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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하면서 영업 제한 등 방역 방향을 둘러싸고 정부와 광역지자체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유흥시설의 야간 영업 완화를 핵심으로 한 자체 방역 방안을 발표하자, 정부 여당이 전체 방역 전선에 균열과 혼란을 초래한다며 반박한 것이다. 장기간의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4차 대유행 수준으로 치닫는 확진자 발생과 업종별 영업 제한에 따른 불공평 논란, 최근 선거를 통해 달라진 정치 지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국민에겐 정부-지자체 간 이런 엇박자가 매우 당황스럽고 우려스럽기만 하다.

서울시장 12일 자체 방역안 발표 논란
국민 혼란 초래, 현 단계 더욱 협업해야

오 시장이 밝힌 ‘서울형 상생방역 방안’은 현재 오후 10시까지인 영업 제한을 세부 업종별로 1, 2시간 늘리고, 이런 영업장에는 자가진단 키트를 도입해 활용한다는 것이다. 민생과 방역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발상이지만, 당장 정부 여당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도 비판이 쏟아진다. 우선 현재 오후 10시 영업 제한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핵심인 정부 방침과 완전히 어긋난다. 전문가들은 아직 서울시의 세부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이미 발표된 방침만으로 코로나19 일부 대응을 포기하는 위험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면 확산세를 막을 길이 더 없다고 한다.

서울형 방역 방안 발표는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우리나라의 어려운 처지를 잘 보여 준다. 올해 2월 말 국내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그 속도는 매우 더디기만 하다. 당초 목표였던 올해 11월 집단면역 달성도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하루 확진자는 600~700명 수준으로 4차 대유행의 기세다. 어느 하나라도 긍정적인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다급하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12일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취약 시설에 대한 담당 장관의 ‘방역책임관’ 역할까지 언급했다. 기관 간 협력을 강조한 것이겠으나, 이럴 때일수록 더욱 질병 전담기관에 힘을 실어 주는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

현재 백신 접종이 빠른 일부 국가 중에는 올 하반기에 일상생활 복귀가 예상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한때 ‘K-방역 모범’ 소리를 듣던 우리 국민들로서는 짜증이 날 만도 하다. 오 시장의 행보도 이런 답답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타개해 보려는 충정의 발로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로선 국가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중앙-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업이 최선의 방책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업종별·지역별 상황에 따른 맞춤형 관리에 더 매진해야 할 때다. 기관별 중구난방식 방안은 혼란만 부를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캄캄한 코로나19 터널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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