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재·보선…‘당 쇄신’ 깃발 치켜올린 여야 초선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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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이소영, 전용기, 장경태, 장철민 등 20~30대 초선 의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선이 끝나자 여야 초선 의원들이 당 쇄신의 선봉을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선거 승패는 극명하게 갈렸지만 패배한 여당에서는 내년 3월 대선에서의 연패를 막기 위해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야당은 이번 승리에 취해 당이 과거의 잘못된 행태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여야 초선들이 공통적으로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여야 의원 300명 중 초선은 151명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174명 가운데 81명이 초선이고, 국민의힘의 경우 102명 중 초선이 56명이다. 숫자로만 보면 당내 가장 강력한 그룹이다.

민주당 초선 ‘참패 자성론’
조국 거론하며 靑과 대립각
국민의힘 초선 ‘당 혁신론’
‘영남당’ 탈피·세대교체 주장
구심점 없고 성향 천차만별
“실질 변화 힘들 것” 지적도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독주’ 논란 속에서도 180석 거대 여당이 되면서 당 내부의 비판 기능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초선들 역시 당 지도부의 ‘원팀’ 기조에 눌려 이렇다 할 소신을 펴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이들 초선은 이번 참패로 당의 위기가 현실로 닥치자 재·보선 참패에 대한 뒤늦은 반성문을 쓰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오영환, 이소영, 전용기, 장경태, 장철민 등 20∼30대 의원 5명은 여권에서 ‘불가침 성역’으로 여겨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민주당 초선들은 조만간 회의를 열어 당 쇄신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지도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더민초’라는 이름으로 초선 블록도 공식 가동키로 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도 최근 초선 의원들이 당 혁신에 동의하는 당대표·원내대표 출마자에 대해서만 지지를 선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초선 의원들은 재·보선 다음 날인 8일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며 ‘영남당’ 탈피를 주장하며 사실상 세대교체를 요구했다. 실제 김웅, 윤희숙 등 일부 초선은 당권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일각에서는 초선들의 이런 움직임을 2000년대 ‘정풍운동’에 비유하기도 한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는 당시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을 필두로 한 초·재선 그룹이 주류 동교동계의 2선 퇴진을 요구,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의 총재직 사임 등을 이끌어 낸 바 있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에서도 ‘차떼기 사건’ 직후인 2004년 소장파 그룹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당 개혁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여야 초선들 중에 당시 정풍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들처럼 강력한 구심력을 갖춘 리더감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 데다, 출신과 성향도 천차만별이어서 당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정도의 단일대오를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민주당 초선 5인방은 조국 사태 당시 당의 대응을 비판한 자신들의 입장문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비등해지자 11일에는 언론 개혁과 청년과의 소통에 앞장서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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