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째 무료 전통예식장, 딱 100살까지 하고 싶어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백낙삼 창원시 ‘신신예식장’ 대표

“(내가)31살에 결혼을 했는데, 같이 살 방이 없어 신부를 데려오지 못했어. 그래서 ‘길거리 사진사’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월세방 하나를 얻어 결혼 후 8달 만에 신부를 데려와 살게 됐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일명 ‘북마산가구거리’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는 백낙삼(91) 대표는 “가난하고 돈이 없어 결혼식을 못 하거나 애태우는 젊은이들을 위해 개업한 곳이 ‘신신예식장’이다”고 말했다.

마산합포 ‘북마산가구거리’ 3층 건물서
1만 4000쌍 맺어주고 주례·사진 촬영
부인은 예식 소품·화장·폐백 도우미

3층짜리 건물에 있는 이 예식장은 무료 전통 예식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1967년 6월 문을 연 이 예식장이 무려 54년여 동안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전 세계 누구나 비용 부담 없이 결혼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예식장 안팎에는 30~40년 전 예식장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식장은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100석 규모의 2층 웨딩홀에서 지금까지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는 대략 1만 4000쌍이다. 1개 웨딩홀로 하루 최대 17쌍이 결혼식을 했다. 이들 대부분 신랑신부의 주례는 백 대표였다. 백 대표는 대한민국 최대 주례 보유자인 셈이다.

백 대표는 주례뿐만 아니라 예식 상담과 사회, 사진 촬영 등을 맡고 있다. 예식에 필요한 소도구와 옷, 화장, 폐백 준비 등은 부인 최필순(81) 씨의 몫이다.

백 대표의 명함에는 직함이 ‘대표’나 ‘사장’ 대신 ‘주인’으로 표기돼 있다.

신신예식장에서 예비 신혼부부로부터 받는 비용은 청소 등 예식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수고비 70여만 원이 전부다. 예식·폐백실과 드레스·턱시도 사용료, 신랑신부 화장 등이 완전 공짜다. 이전에 실비로만 받았던 기념사진 촬영비도 없앴다. 201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하면서 완전 무료 봉사를 실천하겠다는 다짐에서다. 그는 1988년 국민포장도 수상했다.

백 대표는 “지난해 설 부산에 살고 있다는 분이 전화해 ‘너무 어려웠던 1977년 당시 선생님 은덕으로 신신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며 돈을 좀 보내겠다고 하더라”면서 “신신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고 나니 일이 잘 풀리고 부자까지 됐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는 예식장의 역사를 사진 등으로 기록한 앨범 ‘신신사기’(新新史記) 제작에 분주하다. 1, 2권은 이미 마무리했고 3권째 만들고 있다.

백 대표는 “딱 100살까지만 예식장을 운영하면서 신랑신부를 위한 주례를 하겠다”면서 “그때까지 살아 있으면 이후에는 결혼 장부를 넣은 배낭을 메고 전국을 일주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런 마지막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아침 요가와 걷기 등으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

글·사진=이성훈 기자 lee777@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