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맛집 레시피로 만든 간편식 ‘누이 좋고 매부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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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테크] (주)에브리데이뉴 ‘참도깨비’

‘소비자들은 전국의 숨은 맛집 음식들을 집에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고, 맛집 사장님은 레시피(Recipe·조리법) 하나로 월세 받듯 로열티(Royalty)를 받을 수 있어 좋은 모델.’

2015년부터 전국 ‘골목맛집’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한 간편식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부산 식품기업이 코로나 이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참도깨비’는 지난해 매출 80억 원을 넘겼고, 올해 매출 1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주)에브리데이뉴 ‘참도깨비’ 전기웅 대표를 지난 9일 부산 기장군 본사에서 만났다.

강원도 황태해장국 등 30개 개발
맛집엔 월세 주듯 로열티 지급
골목상권 살리는 윈윈 모델 정착
매출 작년 80억, 올 100억 목표
쿠팡 맞서 부산 공동물류장 제안
맛집 인지도 올라가 일석이조 효과

■컴퓨터가 고장났다?

“2004년에 참도깨비 첫 창업을 했는데요. 그 전에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귤 장사도 하고, 목수 일도 하고, LP판도 팔고…. 반백수로 살며 어머님 걱정 많이 끼쳐 드렸죠.”

고교 졸업 후 부산대 회계학과에 입학했던 전 대표는 원래는 공부를 계속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IMF 사태’로 집안이 말 그대로 ‘폭삭’ 망하면서, 이럴 때가 아니다 싶어 3학년 1학기를 끝으로 학교를 그만뒀다. 취업을 했지만 경력은 3개월밖에 되지 못했다. 그 뒤로 여러 사업을 전전하다 아는 후배 집의 냉면 공장 대리점을 하게 됐다.

“식당 영업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너무 일찍 가면 문을 닫았고, 점심시간은 바쁘고, 3~4시쯤 가면 쉬고 계시고, 저녁시간에 가면 또 바쁘고, 어느 틈에 가면 사장님이 안 계시더라고요.” 3개월간 문전박대를 당하며 돌아다녔는데, 냉면을 사주겠다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경매 사이트(초창기) 옥션에서 중고물품을 기웃거리다 냉면이 여기서도 팔리는 걸 보게 됐다. 육수에 무김치까지 넣는다고 생각하고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단가가 나오겠다 싶었다. 2004년 5~6월께 첫 제품을 옥션에 올리고 다음 날 컴퓨터를 켰는데, 그 사이 주문이 2건이나 들어와 있었다. “뛸 듯이 기뻤죠. 3개월 내내 돌아다녀도 주문이 안 들어왔는데, 여긴 올리기만 했을 뿐인데 들어왔잖아요.” 그 뒤로 지마켓에도 올리니 주문이 10건 들어와 있었다. 그걸 본 전 대표가 친구에게 했던 첫 마디가 “컴퓨터 고장 난 거 아니가”였다. 그 때부터 전 대표는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레시피·채소 납품처까지 그대로

2000년대 중후반 당시만 해도 식재료 쪽은 중소업체 제품들이 많았는데, 냉면이 라면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할 정도로 ‘센세이션’했다. 역시나 대기업이 이 시장을 지나칠 리 없었다. 풀무원, 오뚜기, CJ, 농심 같은 대기업들이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더 커졌다. 그러나 소비자 인지도가 떨어지는 참도깨비는 결국 대기업 제품 중간판매업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일마저 대기업들이 ‘온라인 사업부’를 만들어 직접 관리하면서 일이 사라졌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궁리하던 차에 2015년 옥션의 담당 과장이 ‘맛집로드’를 제안했다. 그 후 전국의 숨은 골목맛집을 찾아다녔다. “당연히 오해하시고 문전박대를 많이 하셨죠. 너가 내 아들도 아닌데 비법을 왜 가르쳐주느냐, 레시피 빼내 어디 다른 데 차리려는 거 아니냐 등등. 밤새도록 술 마시고 힘든 시절 얘기 들으며 같이 울고 웃고 하는 사이, 진정성을 알아주시더라고요.”

그 시간들 덕분에 전 대표는 레시피는 물론, 고기, 채소 납품처까지 맛집 것을 그대로 이용하려 노력한다. “사실 맛집 하나가 중소기업과 같거든요. 종업원은 물론이고 거기 납품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업자들도 많아요. 재료까지 충실히 원조에 따르면, 골목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참도깨비 간편식을 사먹은 사람이 직접 가게까지 찾아가 먹기도 하니 맛집으로선 나쁠 게 없었다. 전국에 맛집 홍보도 되고, 건당 로열티를 줘 부수입도 생겨나니 점점 맛집에서도 참도깨비를 신뢰하고 좋아하게 됐다.

특히나 코로나로 식당들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참도깨비 맛집들은 사정이 나았다. “사직동의 금강만두 육개장이 지금 참도깨비의 시그니처 메뉴인데, 여기도 3개월을 삼고초려해서 겨우 계약을 했어요. 지금은 대박 나서 가끔 가면 사장님이 많이 좋아하셔요.” 이제는 역으로 부산에서 1, 2위 하는 돼지국밥집 사장이 같이 해 보자고 먼저 찾아올 정도가 됐다.

최근 마트에서 파는 PB 제품들에도 맛집 이름이 붙은 경우도 많지만 여기는 대량생산에 맞춰 레시피가 새롭게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도깨비는 레시피의 80%까지는 재현해 낸다고 했다.

현재 참도깨비가 개발한 숨은 맛집 메뉴는 강원도 용대리 황태해장국, 사하구 영성방 칠리새우, 강서구 화남정 돼지국밥 등 30여 개다. 아주 유명한 맛집 대신 골목 숨은 맛집을 찾는 게 목표다. 최근 부산 당면만두와 자갈치 꼼장어, 부산물떡 등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는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올 정도다.



■골목상권 살리는 윈윈 모델

“골목상권이 어려워지는 건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서가 아니에요. 대기업 거대자본들이 들어와서 문제죠. 백종원, SPC, CJ 아닌 데가 있나요. 지역의 문방구, 그릇집, 옷집 모두 살아야죠. 골목상권이 안 지켜지면 이분들 결국 최저시급 받고 일하러 나가야 해요. 유니콘 기업 키워내고 일자리 몇 백 개 만들어내는 정책들도 좋지만,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소상공인들이 자율경쟁 속에서 자생성을 길러가며 숲을 이룰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실제 참도깨비 간편식 판매 사이트에 들어가면, 맛집 소개 블로그로 착각될 만큼 골목맛집 사장님의 스토리, 어떻게 재료를 구해오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덕분에 골목맛집의 전국 인지도가 올라가고, 소비자들도 맛집의 스토리까지 함께 음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전 대표는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쿠팡 물류장’에 맞서 ‘부산 공동물류장’ 설치를 부산시에 제안했다. “쿠팡 물류장처럼 한 장바구니에 부산우유도 담고, 부산 고기도 담고, 부산 빵도 담아서 소비자가 한 번의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게 하면 얼마나 좋나요. 부산 소비자들은 신선한 로컬푸드를 먹어서 좋고, 부산의 부가 수도권으로 빨려나가지 않아도 되는 순환경제가 되는 거죠. 다른 지역에서도 부산 제품들을 한 장바구니에 받을 수 있어 좋고요. 이미 수도권에는 공동물류장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걸 부산시에서 해주면 좋겠어요.”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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