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치우친 민주, 명분도 실리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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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명분도 실리도 잃은 선거를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대위가 지난달 17일 부산 엘시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과 서울시장 자리를 고스란히 내주며 4·7 재·보궐선거에서 무너진 더불어민주당이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완패를 면치 못했다는 평가다. 집권여당답지 않게 선거 기간 내내 야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집중하면서 명분도 실리도 잃고, 역대 최악의 선거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6대 게이트·내곡동 땅 의혹 등
선거 내내 상대 후보 비리 추궁
부도덕한 후보 심판 구도 몰다
정책 등 집권당 프리미엄 상실
부동산 정책 실패도 네탓 일관


여권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 등으로 야당으로 기운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해 선거 내내 야당 후보들의 도덕성 문제와 비리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을 겨냥해서는 엘시티 특혜 분양을 시작으로 자녀 미대 입시 청탁부터 성추문 금품 사주까지 ‘박형준-조현 일가 6대 비리 게이트 의혹’을 잇달아 제기했다. 한 의혹이 이렇다 할 결론이 나기 전에 또 다른 의혹을 쏟아내면서 ‘의혹투성이 후보’ 이미지 각인에 총력을 쏟았다. 하지만 시민들이 수긍할 만한 결정적인 특혜나 비리의 근거는 제시하지 못 했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시장을 향한 ‘내곡동 땅’ 의혹이 모든 선거 이슈를 집어삼켰다. “대한민국 제1도시 수장을 뽑는 선거에 생태탕과 페라가모 구두만 남았다”는 자조가 터져 나왔다.

여권은 ‘정권 심판’ 바람을 뒤집기 위해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비도덕한 야당 후보 심판’ 구도로 몰아가는 데 집중했다.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네거티브 공방과 상호 고소·고발전이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의 선거 피로감만 가중됐다.

이 과정에서 가덕신공항이나 경부선 철도 지하화처럼 정책 결정권과 예산권을 가진 집권여당의 프리미엄을 앞세운 비전과 공약들은 자연스럽게 묻혀 버렸다. ‘힘 있는 여당시장론’을 앞세운 민주당 김영춘 후보 개인의 역량도 설 자리를 잃었다. 정권 심판론과 박형준 의혹이 선거판에서 공방을 벌이는 사이 “십자가를 진다는 마음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한다”며 배수진을 쳤던 3선 국회의원 출신 ‘김영춘 브랜드’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당 지도부까지 총동원돼 네거티브에 화력을 쏟아부은 민주당의 패착은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박형준 시장이 62.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반면, 김 후보는 34.4%를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부적으로 ‘석패’의 마지노선으로 잡은 40%대 지지율마저 무너진 셈이다.

보선을 열흘 앞둔 지난달 28~29일 <부산일보>와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4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답한 긍정 응답층은 32.6%였다.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이라 할 만한 이들 유권자가 고스란히 여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볼 때, 김 후보가 중도층과 비판적 지지층의 표심을 별반 이끌어 내지 못한 셈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여당은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를 과거 정권부터 시작된 적폐로 치부했다”며 “이는 무능한 집권 세력이 과거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오만함으로 비치면서 민심 폭발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가 여당 전직 시장의 성비위로 촉발된 만큼, 민주당이 ‘납작 엎드리는 모습’으로 자성론을 앞세웠다면 비록 선거에서는 지더라도 집권여당으로서의 명분과 체면은 지켰을 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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