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 경계령’ 내린 국민의힘 물밑에선 ‘당권 경쟁’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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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서 감사패를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4·7 재·보선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이 ‘축포’를 쏘는 대신 ‘자만 경계령’을 내리면서 내부 분위기를 단속하는 모습이다. 180석의 거대 여당이 불과 1년도 안 돼 민심의 철퇴를 맞는 모습을 보면서다. 소속 의원들은 8일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진 것이지, 국민의힘이 이긴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더 철저하게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다퉈 내놓았다.

재·보선 승리를 이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부터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당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투성이”이라며 내부 분열과 반목을 당의 고질로 언급했다.

퇴임 김종인 “승리로 착각 말라”
내부서도 ‘혁신 필요’ 한목소리
초선들 “차기 당대표 영남 탈피”
‘PK 빼고 당 돌아가나’ 반론도

여기에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표심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이지, 저희에 대한 지지가 아닌 것을 안다. 민심 앞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고, 윤희숙 의원은 “패자는 여당이되 승자는 분명하지 않다. 야당의 존재감은 여전히 약하다”고 자성론을 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며 “보다 겸허한 자세로 민생문제 해결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승리로 당 중심의 정권 교체 희망이 커지면서 차기 당권 경쟁도 벌써부터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전당대회의 일정은 당권 도전을 검토 중인 주 원내대표가 다음 주쯤 거취를 정하면 세부적인 방침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권주자로는 주 원내대표를 포함해 정진석 서병수 조경태 권영세 홍문표 윤영석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포스트 김종인’ 체제의 지속적인 보수 혁신을 주문하면서 특히 지역 정당 한계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영남당’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영남 출신이 당의 얼굴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초선 지역구 의원 다수도 영남 출신인 상황에서 영남 출신 배제론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시도 등이 맞물리면 경우의 수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당장 당내에서는 당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 지도체제’를 유지할지,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권한이 분산되는 ‘집단 지도체제’로 바꿀지를 놓고 논쟁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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