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지만 호평 받은 ‘김영춘 리더십’… 더 큰 역할 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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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향후 정치 행보 어떻게 되나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가 7일 오후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사무실을 나서며 선대위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분투했지만 역부족을 절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가 7일 부산시장 선거에서 분루를 삼켰다. 과거 두 번의 '양보'를 포함하면 이번이 사실상 세 번째 도전이었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선거라 출발부터 불리한 구도에서 사력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예상보다 더 큰 참패여서 일정 부분 정치적 내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후보는 이날 부산진구 부전동 자신의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민심의 큰 파도에 겸허하게 승복한다"면서 "저와 민주당은 앞으로도 부산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짧은 낙선의 변을 전했다.

통합 선대위 민주당 리더 역 톡톡
‘불리한 선거서 사력 다한 투지’
패배 불구 정치권 긍정적 평가
내년 시장선거 재출마 가능성
큰 격차 패배 정치적 한계 지적도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로 정치를 시작한 그는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당내 개혁파인 김부겸 전 의원 등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 대열에 합류해 17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18대 총선에는 열린우리당 실정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불출마했으며, 19대 총선에선 '지역주의 타파'를 기치로 내세우며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당시 부산진갑에서 새누리당 나성린 후보에게 패배했으나 이후 20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데 이어 문재인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일약 부산·울산·경남(PK) 유력 여권 주자로까지 부상했다.

그러나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에게 3.5%포인트(P) 차이로 분패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후 국회 사무총장직을 맡으며 또 한번의 역할을 기다리던 김 후보는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다시 뛰어들었다.

여권의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라는 측면지원을 바탕으로 김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부산경제 부활을 위한 힘 있는 여당 시장론'을 앞세워 표심 공략에 나섰다. 평소 '선거전도 신사적으로 한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던 김 후보는 이번에는 자신의 호를 '가덕'으로 바꿀 정도로 절박하게 선거전에 임했다. 그를 잘 아는 주변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결기가 느껴진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여권의 부동산 실정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 등의 이슈가 연이어 터지며 정권심판론에 더욱 불이 붙었고, 선거 구도는 김 후보의 '개인기'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흘러갔고, 결국 지난 총선에 이어 2연패라는 쓴잔을 받아들게 됐다.

일단 지역 여권에서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선거임에도 사력을 다한 김 후보의 리더십을 호평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부산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 심판론이라는 거센 바람 속에서도 김 후보가 여당 후보로서 시민들에 대한 정치적 도리를 지키는 자세를 보여 줬다"며 "또 친문(친문재인)-비문을 아우르는 통합 선대위를 꾸려 부산 민주당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그런 노력에도 야당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냉정한 평가도 뒤따른다. 특히 막판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면서 중도층에서 '김영춘다움'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지역 여권의 평가가 다소 갈리면서 향후 김 후보의 정치적 공간이 어떻게 열릴지도 주목된다. 일단 서울선거마저 참패한 상황이라 이번 선거를 두고 김 후보 개인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후보가 내년 대선에서 PK 표심을 모아 당 후보의 승리를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하면 내년 6월로 예정된 부산시장 선거에서 그가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이다. 올 1월 출마 선언 이후 85일 동안 쉼 없이 달려온 김 후보는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간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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