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09. 현재로 호출된 오래된 사진, 안창홍 ‘봄날은 간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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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1953~)은 1980년대부터 사회 폭력으로 인한 일상의 피폐함과 병적 심리에 대해 도발적인 소재와 화려한 색채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안 작가는 한국 사회에 금기시되어 왔던 은밀한 소재와 잔혹함을 통해 억눌린 주체로서의 개인에 주목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봄날의 간다 5’는 작가가 개인적으로 폐업한 사진관이나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수집한 익명의 옛날 사진들에 기초한 작업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한국 전쟁의 폐허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날을 회상하며 상실의 슬픔을 가사로 쓴 노래의 제목에서 따 온 것이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독재 시절 등의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원본 사진을 수백 배로 확대 인화했다. 그 위에 흑, 백을 탈각시키고 긴 세월의 중첩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아교를 여러 번 덧발랐다.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오래되고 빛바랜 노란색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도록 표현했다.

또 그 아련함 위에 원래 사진이 가지고 있는 접히고 꺾인 흉터를 남겨 놓아 마치 총성, 상처, 애환을 작품 위에 그대로 압축시킨 느낌을 받도록 했다.

안 작가에 의해 사진 속 인물들은 현재로 다시 호출된다. 사진에 남겨진 칼자국과 콜라주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균열선과 중첩의 흔적들로 인해 사진 속 인물은 그들 자신이 가진 역사와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박제된 듯 시간 속에 멈춰있는 인물들은 이제 새롭게 입혀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인물들이 전혀 새로운 문맥 속에서 사회적 초상으로 모습을 드러내도록 한 작품이다. 우경화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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