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열에 일곱 “재택근무 만족” 돌봄 부담 직장인 “이중근무”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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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 코로나 1년 설문 조사

교육 관련 회사에 다니는 이승연(28)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평균 주 3회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 이후 크게 달라진 것은 일이 밀리는 경우가 줄었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오전 대면 회의가 온라인 보고로 대체되면서 오전에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회사 안에서는 상사에게 불려 다녀야 했지만 재택근무 이후 메일로 지시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전달받는다. 이 씨는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 1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늘고 있는 재택근무에 직장인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갤럽은 올 3월 한 달간 전 연령 직장인 12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전후 직장생활 변화’ 설문조사 결과(표 참조)를 내놨다.

직장인 81%가 재택근무를 처음 경험해 본다고 답했는데 이 중 73%가 만족했다고 응답했다. 처음 경험해 본 비대면 직장문화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고 느낀 것이다. 특히 2030세대 안에서 재택근무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컸다.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응답자 25~34세 중 90%가 재택근무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35~44세, 45~54세는 각각 24%포인트 낮게 나왔다.

갤럽에서는 동거 가족의 유무가 재택근무 부담을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35세 이상 직장인 중에는 영유아, 초등학생 등 돌봄이 필요한 가족과 동거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업무뿐 아니라 가사노동 등에서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응답자 35~44세 가운데 51%가 재택근무 때 집중이 잘 안되었다고 답한 바 있다.

실제로 아이가 있는 30대 직장인은 자택근무가 ‘이중 근무’였다고 느꼈다. 4살 아이가 있는 정주희(36) 씨는 재택근무가 오히려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승연 씨와 같은 회사에 다닌다. 아이가 없는 이 씨와 달리 정 씨는 재택근무 동안 점심시간에 업무보고 준비뿐 아니라 아이의 하원과 식사 준비를 동시에 해내야 했다. 비대면 회의를 할 땐 집 안에서 뛰어노는 아이의 소리가 커 집 근처 카페로 이동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같은 근무환경에도 아이가 있는 김 씨의 재택근무 경험은 달랐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택근무와 같은 ‘언택트 근무’가 정착하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조영복 경영학과 교수는 “재택근무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려면 일과 가정의 ‘균형’이 아니라 ‘분리’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업도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사라지는 시대에는 성과 중심으로 평가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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