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낀 재개발·재건축 풍문, 거품 커지는 구축 아파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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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열풍이 부산을 휩쓸고 있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단지마다 정비사업 추진을 외치면서 시세가 급등하자 경찰과 지차체는 시장 교란 여부를 주시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달 초 부산 한 아파트에 차려진 ‘재개발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추진위 관계자는 “빠르면 3개월 안에 구청 허가를 받고 7년 안에 완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요건 미달” 구청 경고에도
몇 달 새 시세 5배 오른 아파트도
추진위 발족하며 기대감 부풀려
경찰, 부동산 시장 교란 파악 중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10평대 실거래가는 1억 4000만 원 선. 지난해 9월 3000만 원대에 불과했던 집값은 정비사업 추진위원회가 꾸려진 지 수개월 만에 5배가량 폭등했다. 당장 해당 아파트 입주민은 “추진위가 전단지나 현수막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효과가 컸다”며 반색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지자체 담당부서의 설명은 다르다. 이 아파트는 이미 안전진단검사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지 못했다는 것. 지자체 관계자는 “이 아파트 일부는 ‘주거환경개선지구’에 지정돼 재건축 대상에서도 배제돼있고 고도제한도 풀리지 않았는데 시세가 뛰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추진위가 재건축·재개발 홍보에 나서면서 아파트 시세가 급등하는 사례는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재작년 11월 조정지역 해제 이후 부산의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남구, 수영구, 연제구 등지 대단지 구축 아파트마다 추진위가 속출하고 있다.

추진위가 차려지면 어김없이 아파트 값도 널을 뛰었다. 재건축·재개발의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과도한 기대감이 시세를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추진위가 주민 동의를 이끌어내거나, 투자자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홍보로 잡음을 빚는 경우도 잦다. 홍보에만 치중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좌초될 경우 그 피해는 입주민과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 실제로 2019년에는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재개발추진위가 사무실을 열어 집값을 띄운 뒤 하루만에 철수해버린 사례도 있었다.

동네마다 벌어지는 잡음에 경찰도 일부 추진위의 부동산 시장 교란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한 경찰서 간부는 “최근 재개발을 추진 중인 한 아파트 세대가 최근 3개월간 10차례 거래된 정황을 파악됐다”면서 “추진위가 부동산 교란 후 이익을 낸 뒤 종적을 감추면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만일의 경우 단속에 나설 근거 법령이 있는지 살피는 중”이라고 전했다.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는 수사기관의 단속 외에도 현행 도시정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추진위는 지자체 인가 전까지는 임의단체에 불과해 아무런 감시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함정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정비사업전문PM 업체인 (주)새디새집 김정수 회장은 “안전진단에서 정비계획수립까지 추진위가 진행하는 모든 절차마다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고 이 자금은 모두 입주민과 투자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를 감독하는 기관이 전무한 상태다. 지자체 인가를 받기 전부터 추진위가 투명하고 적법하게 재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감시·감독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배·변은샘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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