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거나 고층이거나… 시장 보선 ‘장애인 참정권’ 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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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부산의 장애인 참정권이 오히려 지난 총선 때보다 퇴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한 4.7 보궐선거 투표소 정보를 <부산일보> 취재진이 분석해본 결과 투표소 921곳 중 218곳은 1층이 아닌 지하나 2~6층에 위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소 24% 지하·2~6층에 위치
7%는 승강기 없어 계단 이용해야
수어 통역사 배치된 곳도 1% 불과
다양한 유형 참정권 보장 노력해야

이 중 승강기가 없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투표소는 72곳으로 전체의 7%에 달한다.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장애인 유권자는 8만 여 명으로, 이들의 참정권이 제한받는 셈이다. 지난해 총선 때는 부산시 투표소 912곳 중 13곳(1%)만 장애인 접근이 제한된 곳에 설치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참정권 퇴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게다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투표소도 98곳이나 된다. 장애인 편의시설에는 승강기, 경사로, 점자유도블록, 비상벨, 장애인 화장실 등이 있다. 100곳에 가까운 투표소가 이들 시설 중 어느 것도 설치되지 않았다.

수어 통역사가 상주하는 투표소 역시 전체의 1%인 11곳에 불과하다. 비상벨이 설치된 투표소는 51곳(5%), 장애인 화장실이 갖춰진 투표소는 440곳(47%), 점자유도블록 460곳(49%), 경사로 634곳(68%)에 그쳤다.

부산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선거일이 평일이라 승강기를 갖추거나 1층이 이용 가능한 장소를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임시기표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2013년부터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가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건물 1층에 임시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기표 후 결국 직접 투표함에 용지를 넣으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반 쪽짜리 배려’라는 말이 나온다. 계단을 오르지 못할 경우, 선거사무원이 대신 투표함에 넣기도 하는데, 직접 선거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장애인탈시설주거전환지원단 제청란 단장은 “직접 투표함에 투표지를 넣는 건 선거사무원이 대신하기 때문에 거부감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장애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선관위가 장애인 참정권을 ‘특정 소수 집단의 수요’로만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67조의 2에는 장애인 투표소를 1층이나 승강기가 설치된 곳에 마련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장애인 참정권은 ‘부득이한 경우엔 축소될 수 있는 권리’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신미화 사무국장은 “여전히 ‘장애인 참정권은 국민 참정권과 동일한 개념’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면서 “선관위는 다양한 장애 유형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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