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 무단 점유·방역수칙 위반… 도 넘은 배드민턴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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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화지산의 불법 배드민턴장.

부산의 일부 배드민턴 동호회가 부산 연제구 화지산 임야를 십년 넘게 무단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으로 설치된 동호회 천막 안에서는 방역수칙을 위반한 정황까지 보이지만 연제구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

10년 이상 화지산 불법 사용해
연제구 시정명령만 하고 뒷짐

5일 오전 10시 취재진은 연제구 화지산 중턱에서 거대한 천막 3동을 발견했다. 한 천막 안에는 배드민턴 네트가 설치돼 있었고, 안에는 달력과 각종 집기류 등이 놓여 있었다. 최근까지 누군가 배드민턴장으로 사용한 흔적이 역력했다. 또 다른 천막에서는 마시던 소주병이 널려 있었다. 그 옆으로 배드민턴 동호회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의자들이 줄을 지어 배치되어 있었다.

연제구청은 2005년부터 배드민턴 동호회의 천막 2곳, 2014년부터 나머지 한 곳에 강제이행금을 부과했다. 불법 천막 3동의 면적은 각각 176.54㎡, 96㎡, 73.2㎡에 이른다.

십수년째 임야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집합금지명령까지 어겼다는 증언이 나온다. 연제구 거제동에 거주하는 이 모(68) 씨는 “항상 동호회 사람들이 잔뜩 모여 시끄럽게 한다. 주말에는 안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행동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인 연제구청은 수수방관이다. 건축법 위반으로 매달 10만 원도 되지 않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걸 제외하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행강제금이 푼돈이다보니 이들 동호회는 사실상 이를 시설 사용료처럼 내면서 시정명령은 무시하고 있다. 적반하장 격으로 한 동호회는 ‘배드민턴장은 지붕이 없기 때문에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009년 연제구청을 상대로 이행강제금 부과 취소 행정심판까지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연제구청 건축과 측은 “매년 동호회를 상대로 이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건축법상으로는 시정명령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5인이상 사적모임제한을 어기는 부분에 대해서도 매번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워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구청이 민원을 이유로 적극적인 행정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사)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 부회장은 “여러 산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구청은 동호회 측의 항의를 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며 “산림훼손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글·사진=탁경륜 기자 ta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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