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공항 몰빵’ 대한항공, ‘세컨드 허브’ 안중에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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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인천공항에 노선과 항공기를 몰아주는 ‘인천공항 허브 경쟁력 제고’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모호했던 대한항공의 입장이 인천공항 쪽으로 확실히 선회한 사실은 최근 산업은행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인수·통합계획(PMI)’을 통해서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기존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기 기종 통합까지 추진하겠다면서 인천공항에 ‘몰빵’을 하는 모습이다. 만약 대한항공의 계획대로 ‘인천공항 허브화’를 완성하면 지역에서 기대하는 ‘세컨드 허브’ 구축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부울경 800만 지역민의 입장에서 대한항공의 이번 통합계획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재고해 주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항공정비 사업 유치까지 무산 위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약속 지켜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산업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인수·통합계획(PMI)’ 또한 산업은행이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에 8000억 원을 지원하면서 요구한 조건의 하나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라는 LCC 3사까지 자회사로 거느린 국내 1, 2위 항공사의 통합은 독점 우려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산업은행은 통합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방공항을 ‘세컨드 허브’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게 아닌가. 산업은행이 지방공항 노선 확장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약속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대한항공 역시 부산과 인천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동조한 것으로 기억한다.

대한항공의 계획대로라면 인천공항이 대형 항공사의 허브가 되고, 지역은 ‘세컨드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가 힘들다. 오히려 에어부산과 김해공항에 대한 ‘힘 빼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통합 LCC 허브 공항을 기대하는 가덕신공항이 들어서기 전에 인천공항 일극 체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대한항공 중심의 항공기 기종 통합 방침은 부산이 전략 산업으로 생각하는 MRO(항공 정비) 유치도 무산시키기에 십상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할 때 “국가경제 및 국민 편익, 안전 측면에서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독점 구조에 대해 경계했던 일을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대한항공 하면 ‘갑질’이 먼저 떠오른다. 땅콩 갑질, 물벼락 갑질, 오너 일가 갑질 등 부끄러울 정도다. 오죽하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국 항공사에도 국가 지원이 굉장히 많지만, 대한항공 조 씨 일가처럼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경영은 없었다”라고 일갈했겠는가. 대한항공의 말 바꾸기에 부산발 네트워크가 강점인 에어부산과 ‘세컨드 허브’의 꿈이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 전략은 산은과의 협의와 보완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안다. 국가균형발전과 정부의 ‘세컨드 허브’ 정책에 반하는 마이너스 통합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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