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 복지혁신 위해 공공성 강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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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산시장 보궐선거 하루 앞이다. 수조 원의 역대급 개발사업 공약들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두 유력 후보는 부산 복지혁신을 위한 공약을 내놓았다. 복지품질 인증제 도입, 사회서비스원 설립, 사각지대 없는 복지 시스템 구축, 사회복지사 단일 임금체계 구축 등을 공약했다. 모두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고, 짧은 임기 내에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선거판에서 복지는 경제 살리기 뒤로 밀려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속에서 드러난 낡은 복지 시스템은 단순한 양적 확대, 품질 제고를 넘어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혁신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새로운 복지혁신은 복지 종사자에 대한 인식 변화, 권익 보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복지예산이 100조 원을 넘고, 전 국민이 복지서비스를 권리로 인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의 복지를 책임지고 취약계층의 권익을 옹호하는 복지 종사자에 대한 인식은 희생, 헌신에 머물러 있다. 최소한의 근로기준법 준수가 권익 보호의 최대치고,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5인 미만 복지시설은 근로기준법도 비켜 간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복지 수요 급증
선거 국면에서도 복지는 뒤로 밀려

종사자 인식 변화와 권익 보장 중요
복지기관의 공공성 강화 필수 전제

복지서비스는 사유재 아닌 공공재
양적 확대 넘어 패러다임 전환 필요


복지 종사자의 열악한 근무 여건과 불안정한 고용 지위는 복지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 이용자 시민에게 간다. 두 후보는 다양한 복지서비스 확대와 복지기관 확충, 고품질 복지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서비스를 전달하는 종사자의 기본적인 노동권익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사회복지사 단일 임금체계 구축은 이를 위한 기본 방편이다. 고품질 복지서비스는 폭언·폭력, 종교·후원 강요 등 직장 내 갑질로부터 안전한 환경,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조직문화가 아닌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환경, 고용이 안정된 환경에서 가능하다. 부산시 의회가 올해 1월, 복지 종사자 처우 향상 지원 조례를 제정한 것은 뜻깊다. 조례는 운영 법인이 바뀔 때마다 종사자들이 고용불안에 놓이는 상황, 이용자의 신변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으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조례를 뒷받침할 실질적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 새로운 복지혁신은 복지기관에 대한 인식 변화, 공공성 강화로 완결된다. 2019년 기준, 전국의 약 6만 개 사회복지시설 중 공공 설립시설은 약 12%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89.5%는 민간 법인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다. 대부분 민간 법인이나 개인이 운영하기 때문에 사유재인가. 아니다.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고,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때문에 복지서비스는 공공재다. 하지만 공익사업이 아닌 수익사업으로, 공공재가 아닌 사유물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런 인식이 복지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심지어 지자체가 설립해서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조차, 수탁 법인이 사유화하려 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2년간 진행 중인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을 둘러싼 갈등과 파행은 복지기관 위탁과 운영의 구조적 문제, 법인의 왜곡된 인식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2019년 초, 부산진구청은 재단법인 그린닥터스에 복지관 운영을 위탁했다. 수탁 후 법인은 관장 내정자 고용 등 심사 과정에서 약속했던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직원들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 구청의 위탁 해지, 법인의 행정소송까지 이어졌다. 전문성 없는 관장 채용, 노조 가입 직원에 대한 감시와 인사 전횡, 직원 및 복지단체들과의 소통 거부. 이 속에 인권 존중, 상호 신뢰와 연대라는 사회복지의 기본 가치, 투명성, 공정성, 민주성이라는 공익 실현을 위한 기본적 태도는 전혀 없다.

복지혁신은 단지 몇 개의 복지정책 실행, 복지기관 설립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복지 토양의 공공성 회복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간 전포복지관 문제 대응 과정에서, 대다수 구의회가 위탁심사 과정의 불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위탁 조례를 전면 개정했다. 13개 구·군이 선정기준과 배점 공개를 의무화했고, 3개 구는 선정기준과 계약체결 내용에 위탁기관의 고용·노동상황을 포함해 최대한 직원의 고용승계 노력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다양한 주체의 선정위원회 참여, 선정심의 결과의 투명한 공개, 위탁 후 심의내용 준수에 대한 철저한 사후 관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어두운 미래 전망이 지배적인 지금, 시민의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개선하려면 낡은 복지 패러다임과 결별해야 한다. 땅과 건물에 대한 투자가 아닌 사람, 복지서비스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복지 종사자의 권익 보장, 복지기관의 공공성 강화는 필수적 선행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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