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단 자존심 세운 ‘오늘의문예비평’ 30년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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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비평지 <오늘의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이 창간 30년을 맞았다. 1991년 봄 이후 장장 30년, 만만찮은 문제적 성과다. 2021년 봄호를 통권 120호로 내면서 ‘오문비와 30년’이란 특집을 꾸며 선배 편집위원들과 필자·독자 설문조사를 실었다. 마침 이번에 <오문비>는 발행·편집인을 남송우 평론가, 편집주간을 김필남 평론가로 바꾸었다.

봄호 ‘오문비와 30년’ 특집 꾸며
“다양한 분야 편집위원 보강해
이론 중심 역할 회복할 것”

근년 <오문비>는 위축된 감이 있었다. 이는 문학의 지형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후배들이 선배들에 견주어 적절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뿐만 아니라 ‘심부’의 혼선도 있었다. <오문비>가 근거해 있는 ‘부산이라는 위치 감각’, ‘서울 중심적 사고를 뒤엎는 변방의 정신’을 놓고 내부적 균열상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능력의 문제일 수 있다. 그리고 결국 30년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문비> 30년을 이어온 원동력은 ‘문학과 비평에 대한 구성원 개개인의 열정’이었다. 그 열정이 ‘부산문단의 자존심’을 세웠고 ‘중심으로부터 떨어진 주변부라는 자각과 거기서 추동된 더 많은 비평의 계기’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이 모든 것들은 책을 어렵사리 출간한 출판사들의 의지, 박한 원고료에도 불구하고 옥고를 보내준 필자들의 애정, 후원자와 독자들의 관심으로 가능했다. 이걸 부산 문화의 가능성과 힘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문화의 가능성과 힘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비평 전문지답게 핵심과 본질을 강타하는 장면이 요구된다.’(구모룡) 그렇다면 <오문비>의 현재는 어떠한가라는 것이다. ‘특집이나 잡지 전체를 잡아주는 대표적 글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김용규) ‘<오문비> 특유의 비평적 의제가 산출되지 않는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이명원). 뼈아픈 성찰과 강고한 다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헐거운 편집위원 체제를 넘어서는 단단한 동인 체제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동인이었기에 매달 모여 독회 등 공부를 했으며, <오문비> 발간만으로 끝나지 않은 끈끈한 결사가 있었다는 거다.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동인들을 많이 발굴하고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횡적 연대’를 강화해야 하고, 젊은 필자들로만 내달을 게 아니라 선배들의 글도 실으면서 중요 기획을 계속 밀고 나가는 ‘종적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직전 발행인 황국명 문학평론가는 당부의 말에서 3가지 당부를 했다. 첫째 비평의 서슬이 더욱 날카로워져야 한다, 둘째 지역의 문학과 문화 생산물에 대한 웅숭깊은 시선이 닿아야 한다, 셋째 독자와의 접촉면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지적·당부들과 관련해 김필남 편집주간의 말을 들어봤다.

-앞으로 <오문비>의 큰 과제는?

“1990~2000년대 <오문비>가 보여줬던 ‘이론 중심’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렇게 하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하는데 다양한 분야의 편집위원들을 보강할 것이다. <오문비>는 그간 로컬에 대한 담론을 계속 강조해 왔는데 다른 곳에서도 이제는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로컬에 대한 얘기를 좀 줄이면서 이론 중심으로 담론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날카로운 글쓰기가 아쉽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부분에 대해 보강하려는 것이다. 한편으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에세이적 글쓰기, 쉬운 글쓰기는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문비>는 8월 중 편집주간 편집위원을 지낸 선배들을 모시고 <오문비> 30주년 기념행사를 열 것이라고 한다. 김 편집주간은 “<오문비>가 외부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30년을 버텨온 것은 기적인데 그 기적을 스스로 견디는 것은 여전히 너무 힘들다”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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