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 살찌고, 쉽게 멍들면? ‘쿠싱병’ 위험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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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싱병은 배 주위에만 과도하게 살이 찌는 중심성 비만과 얼굴이 보름달처럼 부풀어오르는 월상안 등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양산부산대병원 내분비내과 강아름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제공

매년 4월 8일은 ‘쿠싱병의 날(Cushing’s Disease Day)’이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지정됐고, 한국에선 2014년 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에서 제1회 쿠싱병의 날을 선포하며 환자 등록사업을 시작했다.

쿠싱병은 신체의 주요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ACTH)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이에 자극받은 부신에서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는 내분비 질환이다. 1932년 미국 신경외과 의사인 하비 쿠싱 박사가 최초로 보고해 세상에 알려졌다.

단순 비만과 구별 쉽지 않고
운동해도 체중 잘 안 빠져
100만 명당 0.7~0.5명 발병
심혈관계·감염 등 합병증 유발
뇌하수체 종양 제거 안되면
방사선수술·약물 치료 고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과다 분비

양측 신장 위에 위치한 내분비기관이 부신이다. 이 부신의 바깥쪽인 부신피질(cortex)에서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 코르티솔이다. 급성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 활성화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코르티솔이 분비된다. 코르티솔은 초기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고 스트레스 상태에서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하지만 코르티솔이 스트레스 상황과 상관없이 여러 가지 이유로 과다하게 분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쿠싱증후군’이라 한다.

쿠싱증후군은 외인성과 내인성으로 구분된다. 외인 쿠싱증후군은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당질코르티코이드를 사용하다 발생한다. 이를 감별하려면 외부 스테로이드 투약에 대한 병력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인 쿠싱증후군은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과잉 생성하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가장 흔한 질환이 쿠싱병이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쿠싱증후군 환자 중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도하게 증가해 발생하는 ACTH의존 쿠싱증후군이 약 80%에 이르며, 이 중 대부분이 쿠싱병이다.

쿠싱증후군은 매년 인구 100만 명당 0.7~5.0명 정도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되는 드문 질환이다.

양산부산대병원 내분비내과 강아름 교수는 “쿠싱증후군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혈관계나 감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사망률도 높아진다”며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단순 비만과 구별 쉽지 않아

쿠싱증후군 환자에겐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전형적으로 피부가 얇아지거나 쉽게 멍이 들고, 중심성 비만, 월상안(moon face), 복부자색선조(자색을 띠는 튼살), 들소혹변형(buffalo hump), 여드름, 다모증, 정신과적 질환(우울증·정신증), 골다공증, 골절 등이다. 가장 흔한 증상이 배에 살이 찌는 중심성 비만이다. 배 주위에만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므로 팔다리 근육은 도리어 가늘어 보인다. 지방의 이상축적이 복부뿐만 아니라 얼굴과 목 뒤에도 발생해 얼굴이 보름달처럼 부풀어오른 월상안, 목 뒤가 들소의 목덜미 같이 두꺼워지는 들소혹변형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단순 비만과 감별이 쉽지 않다. 다이어트를 위해 식이조절, 운동을 시도해도 체중이 잘 빠지지 않는다.

강아름 교수는 “단순 비만과 구별되는 쿠싱병 증상은 쉽게 멍이 드는 증상(1cm 이상 크기의 반상출혈이 3개 이상), 근력 약화, 안면홍조, 너비가 1cm 이상의 자색선조이다”며 “쿠싱병 확진 환자 조차도 이런 증상이 모두 드러나는 것은 아니나, 중심성 비만과 함께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자색 선조, 즉 보라색 선조의 경우 단순 비만이나 임신·출산으로 복부 팽창에 의해 나타나는 하얀색 혹은 분홍색 선조와는 달리 너비가 1cm 정도로 넓고, 보라색을 띄는 게 특징이다”고 덧붙였다.

쿠싱증후군이 의심스럽다면 일단 외인 쿠싱증후군 배제를 위해 환자의 스테로이드 치료 병력 확인이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치료 병력이 없다면 선별검사와 확진 검사를 통해 내인성을 확인한다. ACTH의존 쿠싱증후군이 의심될 경우 쿠싱병 확인을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한다.

■치료 후에도 지속적 관리 필요

쿠싱병은 한쪽 콧구멍을 통해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는 미세수술(경접형동접근법)이 1차 치료법이다. 이 수술이 실패하거나 시행하지 못할 경우엔 방사선수술,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치료받은 뒤엔 잔여 뇌하수체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 기능이 억제돼 있어, 기능이 회복될 때까지 당질코르티코이드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

치료를 통해 코르티솔이 정상화되면 중심성 비만과 같은 외형적 증상은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나, 쿠싱병 관련 합병증은 잔존할 수 있다.

흔한 합병증 형태는 대사증후군이다. 고혈압이나 내장비만, 당대사장애, 이상지질혈증으로 나타나고, 이는 동맥경화증 같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면역 기능장애로 심각한 감염증과 패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합병증은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 쿠싱병 치료 뒤에도 지속적인 평가와 관리가 필요하다. 쿠싱병 자체도 재발 가능성이 있어, 역시 장기간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다.

강아름 교수는 “쿠싱병과 쿠싱증후군은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단순 비만과 유사해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인식을 개선해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4월 8일을 쿠싱병의 날로 지정했다”먼서 “쿠싱증후군이나 쿠싱병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 의사를 방문해 적절한 진단과 진료를 받기 바란다”고 권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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