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3D 기술·로봇 활용한 맞춤형 수술 ‘각광’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마코 로봇시스템은 무릎 인공관절의 삽입각도, 위치, 절삭범위를 미리 입력한 후 의사가 로봇팔을 직접 들고 수술을 진행한다. 아래 작은 사진은 마코 로봇. 부산부민병원 제공

퇴행성 관절염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와 중기에는 약물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걷기가 힘들고 관절 변형까지 진행된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인공관절 수술은 자신의 기존 연골을 대신해 인체에 무해한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에는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사라지고, 관절 운동범위가 회복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85% 이상은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 하지만 5% 미만의 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통증을 호소한다. 또 10% 정도는 불편한 증상이 조금씩 남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다 보니 첨단 3D 기술을 활용한 환자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이나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인기다.


인공관절 수술 ‘뉴 트렌드’는
3D 프린팅·시뮬레이션 기술 접목
가상 수술로 합병증 줄일 수 있어
마코 로봇, 섬세하고 정확하게 수술
의사 숙련도, 로봇 수술 성공 좌우


■3D 기술을 활용한 인공고관절 재치환술

고관절(엉덩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이 심하면 인공고관절 치환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인공 고관절은 영구적이지 않다. 최근에 세라믹 재질이 나오면서 인공관절 수명이 20~30년 정도로 늘어났지만 이전에는 10~15년 정도였다. 수술을 받고 장기간 사용을 했거나 삽입물 주위에 감염이 일어나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 교통사고 등으로 골절사고가 났거나 인공고관절 재질이 심하게 마모됐을 때도 재수술을 받게 된다.

인공고관절 재수술은 처음 수술보다 훨씬 어렵다. 골 결손이 심하기 때문이다. 골반쪽 소켓 모양의 비구 주위에 골 결손이 광범위하게 진행됐을 경우에는 CT 등의 검사를 해도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실제 수술에 들어가면 골 결손이 예상보다 심해 인공고관절 재수술이 의외로 힘들어진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3D 기술을 활용한다. 3D 프린팅과 3D 시뮬레이션 기술을 수술에 접목한 것이다. 환자 개개인에 맞는 수술도구(가이드)와 관절 모양을 미리 제작해 보고 실제 수술을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본 수술 이전에 미리 가상 수술을 해보면 하지 정렬과 삽입 위치를 정확히 맞출 수 있어 수술 시간 단축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수술 후 인공관절의 수명도 늘어난다.

부산부민병원 손원용 원장은 “CT 검사로 얻은 골반뼈의 3차원 영상을 바탕으로 3D 프린터로 환자의 실제 골반뼈를 그대로 재현한 모형을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 3D 시뮬레이션을 돌려 환자의 골 결손 상태에 맞는 임플란트를 선택해서 인공고관절을 넣어준다”고 설명했다.

손 원장은 3D 모델을 이용해서 골 결손이 아주 심한 환자의 고관절 재수술을 최근 잇따라 성공시킨 바 있다.

55세 여성 환자 A 씨는 34년전 오른쪽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았다. 그후 22년전 재수술을 받은 후에 최근 다시 폴리에틸렌 관절면의 마모로 보행이 어려워졌다. 골반뼈 비구 뒤쪽 뼈가 심하게 녹아 있었다. 골 결손이 심해 재수술이 쉽지 않았지만 3D프린팅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수술을 진행했다. 6개월이 경과한 후 환자는 현재 정상보행을 하고 있다.

57세 여성 환자 B 씨는 어릴 때부터 고관절 질환을 앓아오다가 2018년 대학병원에서 인공고관절 치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에 감염 후유증으로 1년반 정도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이 되지 않았다. 이 환자 역시 비구골의 결손이 심해 재수술이 어려웠지만 3D 프린팅으로 골반뼈 모형을 만든 후 시뮬레이션을 시행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뇨, 심뇌혈관질환자도 안전한 로봇수술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들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만성질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출혈 가능성이 더 크고 회복이 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역력에 취약한 당뇨병 환자는 수술 후 수혈로 인한 2차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로봇 수술이다. 현재 가장 발전한 무릎 인공관절 로봇은 ‘마코’라는 장비다. 글로벌 의료기기업체인 미국의 스트라이커사가 만든 로봇이다.

수술 전 3차원 CT를 통해 얻은 환자의 정보를 로봇에 입력하면 무릎 인공관절 삽입각도, 위치, 크기, 절삭범위 등을 설정할 수 있다. 그 설정을 토대로 집도의가 로봇을 이용해 뼈를 절삭하게 된다. 절삭을 시행 후 인공관절 삽입은 기존의 방식대로 진행된다. 수술의 안정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내과와 협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마코 로봇은 섬세하고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숙련도가 관건이다. 마코는 일반적인 로봇수술과는 달리 의사가 환자 상태에 맞게 수술을 설계한 후, 로봇팔을 잡고 직접 수술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부산부민병원 강영훈 관절센터장은 “결국 로봇을 이용하더라도 의사의 역할이 수술의 예후를 결정하게 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 로봇을 이용하면 합병증 위험을 줄여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정형외과 수술이 그렇지만 인공고관절 수술도 역시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재활은 로봇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경험 많은 의사의 역량과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절대적이다. 병원이 로봇 시스템을 갖췄는지 여부가 선택 기준이 될 수 있지만 그 못지않게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이 갖춰졌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