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부산 골목상권 ‘격변’ …주점 ‘곡소리’ 통신판매업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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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살펴 보니

코로나19 발생 1년 만에 부산 지역 술집과 PC방, 노래방 수백 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술집은 5곳 중 한 곳꼴로 문을 닫았다. 자영업 중심의 허술한 경제구조가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1인 자영업자나 부모님의 가게 일이나 돕는 무급종사자로 내몰린다.



PC방 등 대면 서비스 직격탄
스마트스토어 등 증가세 뚜렷
20~30대, 자영업 유입 늘어

4일 국세청이 발표한 올해 1월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 발생한 지 1년 만에 지역 골목상권은 크게 흔들렸다. 100대 생활업종은 소매, 음식, 숙박 등으로, 시민 일상과 밀접하기 때문에 정부가 따로 현황을 분석하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은 간이주점과 호프전문점 등 소위 ‘술집’이었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부산 전역에 911곳이던 간이주점은 155곳이나 사라져 감소율이 17%나 됐다. 지난해 1월에 1776곳이던 호프전문점 역시 1년 새 227곳이 문을 닫아 감소율은 12.7%에 달했다. 부산 안에서도 특히 수영구와 남구의 호프전문점들이 많이 사라졌다. 정년 퇴직자들의 단골 창업 아이템인 주점과 호프집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과 집합금지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이다.

최근 부산 곳곳의 유흥업소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으로 지난 2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휘청이던 술집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리는 형국이다. 2년 전 수영구에 맥줏집을 개업한 김 모(60) 씨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일부 유흥업소들 탓에 선량한 자영업자들까지 극심한 타격을 입는다”며 “이제는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술집에 이어 PC방(-9.7%), 노래방(-7.5%), 여행사(-6.8%), 구내식당(-6.3%) 등 대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영세 업종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비해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통신판매업은 1년 전에 비해 사업자가 31.7%나 늘었다. 비대면 소비가 보편화한 데다 부업 열풍까지 불면서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해외여행길이 막히고 국내 여행 수요가 급증하며 펜션·게스트하우스도 19.5% 증가했다. 반면 전통적인 숙박업태인 여관·모텔은 전년 대비 6.6%가 문을 닫았다. 커피음료점 역시 18.1% 늘었다. 소규모 카페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테이크아웃·배달 수요 증가의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

변변한 대기업이 없는 지역 경제구조는 코로나 사태에서 사회초년생들마저 자영업의 길로 떠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부산의 자영업자는 34만 6000명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3.4% 늘었다. 전국은 1.3% 감소했다는 점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부산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30대 젊은 층이 서비스업 자영업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에서 고용원이 없는 20대 서비스업 자영업자는 27.3% 증가한 반면 전국 평균은 오히려 1.8% 줄었다. 돈을 받지 않고 부모님 등 가족의 일을 도와주는 20대 무급가족종사자는 161.6%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은 13.8% 감소했다. 부산 지역 30대 역시 전국 평균과는 달리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가족들의 일을 도와주는 이가 크게 증가했다.

부산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 이상엽 연구위원은 “부산은 고학력 청년층의 만성적 초과 공급, 젊은 층 선호 일자리 부족, 경기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젊은 층의 고용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며 “특히 무급가족종사자의 경우, 잠재적 실업자의 성격이 강한 만큼 실업률이 과소평가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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