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로 과밀학급 해소? 비정규직 양산 ‘땜질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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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여파로 심각해지는 도심 초등학교 과밀학급 문제(부산일보 지난달 29일 자 3면 등 보도) 해결 방안으로 교육부가 ‘기간제 교사 충원’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과밀학급 문제로 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협에도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교육청 초등 과밀 해소책
부산에 기간제 교사 26명 채용
학급 증설 전담은 15명에 그쳐
30명 이상 과밀 여전히 불가피

4일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과밀학급 문제 등 해결을 위해 지난달 부산에서 특수학급을 제외한 26명의 기간제 교사가 채용됐다. 이는 교육부의 지원 정책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교실 내 거리두기 필요성과 과밀학급 문제를 동시에 해소하기 위해 각 교육청에 기간제 교사 채용을 권고했다. 내년 2월 말까지 기간제 교사 채용 예산은 모두 교육부가 지원한다. 충원 교사는 모두 한시적인 ‘비정규직’이다.

이같은 기간제 교사 충원 방안은 근시안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사가 충원되더라도 과밀학급 해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과밀학급이 늘어나면서 각 학교 내 학급 증설로 교사 공백이 생겨 이를 충원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충원되는 교사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부산시교육청이 채용한 기간제 교사 26명 중 15명은 학급 증설 전담 교사이며, 나머지 11명은 기초학력협력수업 전담 교사다. 기초학력협력수업 전담 교사 11명은 ‘1교실 2교사’ 체제로 기존 학급에 투입되는 교사다. 결국 15명만 증설 학급에 투입되는 교사인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부산 지역 초등학교가 교육청에 요청한 충원 교사 수만 31명에 달하지만, 절반가량에 그친 실정이다.

부산의 과밀학급 문제는 교육부가 정한 ‘학급 인원 33명·24학급 이상 충원’이라는 기준 때문에 학교 신설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 센텀초등의 경우 한 학급당 학생 수가 현재 35.3명으로,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센텀초등 학급 수를 3개 늘린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30명 이상의 학급 과밀은 불가피하다. 과밀학급이 또 다른 과밀학급을 낳고 있는 셈인데,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은 결국 ‘땜질 처방’에 그치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긴급하게 충원하고 있는 교사들은 모두 비정규직이다. 과밀학급 해결에 직접적인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면서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는 질책이 쏟아지는 이유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일선 교사들은 이번 교육부 대책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한국교총은 기간제 협력교사 운영학교 교원 6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답변자 중 70%는 ‘기간제교사 한시적 지원 정책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25.59%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는 ‘학급 증설 없이 과밀학급 협력교사 활용 불가’ 응답이 48.6%로 가장 높았고, ‘실효성 부족(29.4%)’이 뒤를 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놓고 과밀학급 해소는커녕 기간제교사 충원으로 비정규직만 낳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학급 과밀에 따른 학교 내 코로나19 확산도 우려된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초등 교사는 “교육 질 향상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학급 인원을 20명 안팎으로 조정하자는 주장이 학교 안팎에서 나오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학급 증축조차 불가능한 초등학교가 대다수인데 대책이 없어 학생들만 감염 위험에 놓여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과밀학급 문제를 인지해 신규 대단지 아파트 주변 학교와 과밀학급 학교 증축 방안은 꾸준히 검토가 진행 중이다”며 “기간제 교사 충원도 2차 3차 등 꾸준히 계획된 만큼 교사 공백이 없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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