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친 아시안 증오, 올림픽 챔피언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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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아시안 증오 범죄’가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이 증오 범죄에 잇따라 노출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성열문 캐롤라이나한인회연합회 이사장이 운영 중인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편의점에 한 흑인 청년이 도로 표지판 기둥으로 보이는 금속 막대기를 갖고 들어와 ‘쇠막대기 난동’을 부렸다. 과자 선반을 바닥에 넘어뜨린 이 청년은 금속 막대기를 마구 휘둘러 냉장고와 냉동고, 테이블 등 각종 기물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쉈다. 그는 금속 막대기를 휘두르면서 성 이사장 부부를 향해 “XX 중국인들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난동범의 신원은 하비어 라쉬 우디-실라스(24)로 확인됐다. 샬럿 메클렌버그 경찰은 우디-실라스를 위험한 무기를 이용한 강도·협박·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했으며, 증오 범죄 조항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평창 금메달 한국계 클로이 김
“외출 때 호신용 무기 챙겨야 해”
편의점 난동·길거리 폭행 등
미 전역서 증오 범죄 잇따라


이뿐만이 아니다. 50대 한국계 미국인 부부가 10대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CNN 방송은 워싱턴주 터코마경찰이 아시아계 부부를 폭행한 혐의로 15살 소년을 체포해 2급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3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9일 터코마에서 빨간 상의에 검은 바지를 입은 이 소년이 길을 가던 아시아계 부부를 향해 달려든 뒤 주먹으로 마구 때려 남성(56)의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얼굴에 피멍이 들게 했다. 피해자들은 사건 직후 경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최근 당시 사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SNS에 올라온 후 피해자 친척이 동영상 속 인물이 자기 친척이라는 사실을 터코마 경찰에 알리면서 넉 달 만에 용의자가 검거됐다. 경찰은 동영상을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그가 지난 2일 별개의 강도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다는 사실을 파악해 그를 법원에서 체포했다.

이 같은 반아시안 증오 범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계 미국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스노보드 챔피언인 클로이 김(21)은 이 같은 증오 범죄에 매일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 2일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2014년 애스펀 X게임 대회에서 하프파이프 첫 메달을 딴 이후부터 지금까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SNS를 통해 매달 수백 건에 달하는 증오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밝힌 그는 최근에 받은 메시지에는 ‘멍청한 동양인’이라는 인종차별적 표현과 함께 욕설까지 담겼다고 공개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그는 집을 나설 때는 호신용 무기를 꼭 챙긴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증오 범죄 피해를 밝히게 됐다”며 자신의 사례가 증오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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