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기업 분할’… 통신·지주회사로 쪼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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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편 방침을 밝혔다. 사진은 주주총회 당시 박정호 대표의 모습. SK텔레콤 제공

‘탈통신’ 행보를 계속하던 SK텔레콤이 결국 ‘기업 분할’에 나섰다. 본업인 통신을 하는 ‘사업회사’와 비통신 부문을 지배하는 ‘지주회사’로 회사를 쪼개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고 예고한 이후 이르면 4~5월 중으로 구체안이 나올 전망이다. 기업 분할에 대해선 비통신 자회사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공룡 자회사’인 SK하이닉스에 대해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개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증권가에선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SK증권은 보고서에서 SK텔레콤의 기업분할에 대해 “상반기 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K텔레콤의 ‘비통신’ 부문 중간지주회사가 될 새로운 회사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업 분할 방식에 대해선 ‘수평적 분할’인 ‘인적 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통신사업’ 부문만 따로 분리해 ‘사업회사’를 만들고 ‘비통신’ 부문을 지배할 ‘중간지주회사’를 만드는 등의 방식이다.

통신-사업, 비통신-중간지주회사
SK 하이닉스 지배구조 강화 추진
이르면 4~5월 중 구체안 나올 듯

증권사 “기업 가치 증대에 긍정적”
‘재벌의 총수 지배력 강화’ 지적도

통신 3사 가운데 ‘탈통신’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SK텔레콤은 광범위한 사업분야에서 자회사를 만들었다.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에서 온라인 커머스 회사인 11번가, 모빌리티 회사인 티맵모바일은 물론 보안회사(ADT캡스)까지 갖고 있다. SK텔레콤의 기업 분할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콘텐츠 분야 등 비통신분야 투자 확대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SK텔레콤이 “(콘텐츠 회사인) 웨이브(WAVVE)에 대해 1000억 원 규모의 추가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등 기업 분할이 “기업가치 증대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NH투자증권도 “SK텔레콤의 인적분할은 저평가돼 있는 자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올해 11번가와 ADT캡스 등 주요 자회사들의 상장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기업 분할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업 분할이 본질적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지배력 강화와 공정거래법상 지분 문제 해결을 위한 이벤트라는 분석에서다. 하나금융투자는 SK텔레콤의 기업 분할에 대해 “인적 분할은 (지주회사 격인)SK㈜가 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 주목적임이 분명하다”면서 “SK는 중간지주사 지분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결국 중간지주사와 합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그룹의 핵심 회사로 부상한 SK하이닉스는 현재 SK텔레콤의 자회사로 그룹 지배구조상 말단에 있다. 시가총액 20조 원 규모의 SK텔레콤이 100조 원 규모의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상황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주회사격인 SK가 SK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최태원 회장에게도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 “하이닉스 이익이 급증하는 양상이며 배당금도 크게 증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자금소요와 세금 문제로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이 SK의 하이닉스 직접 지배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의 기업 분할이 ‘재벌의 총수 지배력 강화’ 이벤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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