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대’ 대비 해양수산·물류산업의 새 희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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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러시아 포디야폴스키 항 개발

러시아 포디야폴스키 항만 개발사업이 해양수산부의 타당성조사 최종보고서 발간으로 본격 사업 추진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포디야폴스키항 조감도. 160m 길이 선석 2개, 냉동창고, 수산물 가공공장, 야적장 등을 갖췄다. 해수부 제공

러시아 포디야폴스키 항만 개발사업이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마무리하면서 본격 사업 추진 국면에 접어들었다. 극동러시아 항만 개발은 신북방경제 정책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한 우리나라 해양수산·물류 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수산·일반 1선석 개장
사업비 1억 9400만 달러 투입
생산유발효과 29억 100만 달러
인근에 한·러경협산업단지 위치
지분 80% 소유로 불확실성 해소
중·일, 항로 거점 확보에 필사적


■2025년 수산물·일반화물 부두 개장

해양수산부가 1일 밝힌 '극동러시아 포디야폴스키 항만 개발 기본계획 검토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포디야폴스키 항만 개발사업은 단계적인 물동량 증가를 감안해 수산물과 일반 벌크 화물을 처리하는 부두를 2025년까지 1선석, 2032년 추가 1선석 등 총 2선석(선석당 안벽 길이 160m)을 건설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냉동창고와 가공공장, 야적장 등 시설도 갖춘다.

포디야폴스키 항만 개발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약 1억 9400만 달러로 산정됐다. 특히 부두 매립 토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대상지 배후의 구릉 발파 비용에 대해 러시아 극동투자수출지원청이 제공한 단가가 조사 단가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이를 적용할 경우 1억 4728만 달러로 절감됐다.

포디야폴스키 항만 개발·운영(30년)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29억 100만 달러, 부가가치 14억 1200만 달러, 취업유발 4만 8318명으로 추정됐다.

포디야폴스키 항만이 유치할 수 있는 물동량으로 용역팀은 항만 북쪽 16km에 있는 즈베즈다조선소 인근의 볼쇼이카멘 조선기자재 물류단지와, 30km 거리의 나데진스카야 한·러 경제협력산업단지를 꼽았다. 이 두 곳은 ‘선도개발구역’으로 입주기업에 첫 입주 후 5년간 이윤세·토지세 0%, 사회보장세 감면, 수출입 무관세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러시아 극동개발공사와 ‘연해주 한·러 경제협력산업단지 개발’ 사업이행약정을 지난해 12월 체결하고 나데진스카야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볼쇼이카멘 물류단지는 포디야폴스키 항만 대상지 소유 법인(Terminal Sea Route)이 함께 소유한, 즈베즈다조선소 인근 땅이다.

2030년까지 인접한 볼쇼이카멘 조선기자재물류단지와 나데진스카야 한·러경제협력산업단지가 가동되고, 전용 수산물 부두가 없어 양륙경매 절차 없이 해상에서 직거래되는 수산물 물동량(연간 36만t)까지 끌어올 경우 127만t의 물동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업비가 1억 4700만 달러 수준일 경우 투자 수익률은 자기자본 비율과 이자율에 따라 9.5~12.6%(세전)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볼쇼이카멘을 비롯한 극동 지역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개발 의지에 따라 추가 수요 창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 통관이 원활히 이뤄져 동북 2성 물량도 확보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공적인 극동러시아 진출을 위해서는 공기업·민간, 민간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이용하는 국내 화주와 선사, 물류기업의 의견 수렴과 컨소시엄 구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극항로 시대 거점 항만 필요

최근 수에즈운하에서 발생한 대형 컨테이너선 좌초 사고로 인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물류 전반이 큰 혼란을 겪었다. 해운선사들은 마냥 지중해와 홍해에서 기다리거나, 아프리카 희망봉까지 9650km나 더 돌아가야 하는 150년 전 항로를 울며 겨자 먹기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장기화했다면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와 수출입 물류 운임이 급등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물가 인상까지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져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아시아~유럽 항로 곳곳이 정치·군사·환경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지구 온난화의 역설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2030년 북극해 연중 운항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물류업계와 학계에서 나온다. 기존 수에즈운하 항로에 비해 운항 거리가 7000km 줄어 운송 시간 단축과 연료 절감 등에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분석한다.

세계1위 선사 머스크는 시험운항을 마쳤고, 일본과 중국 등도 북극항로 거점 확보를 위해 북극해를 가장 많이 접한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북극항로 상용화에 대비해 끊임없이 태평양 출구를 노리는 중국이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슬라비얀카항 등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이 극동러시아에 거점을 만들지 못하고 중국이 북한과 극동러시아에 항만을 확보할 경우 북중국의 유럽행 물동량이 굳이 부산항을 환적 거점으로 활용하지 않고 곧바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수출입화물 99.7%를 해상으로 운송하는 우리의 해외 거점 항만 확보 전략은, 이런 점에서 북극해와 극동러시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정적 사업 추진 가능한 시스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방경제협력위원회까지 출범시키며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 데 비해 그동안 러시아 경협사업이 부진했던 이유로는 안정적인 사업 기반 확보가 되지 않았던 점이 지적됐다.

이번 포디야폴스키 항만 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 대상지를 소유한 법인(Terminal Sea Route)의 지분 80%를 한국 기업인 고보LNG벙커링이 소유해 파트너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장점이 있다고 사업자 측은 밝혔다.

해수부는 향후 해당 항만을 이용·운영할 선사와 화주, 물류기업, 건설사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하고,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관련 기업 설명회를 여는 등 다양한 홍보·협력을 전개하기로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제 항만이 개발되도록 적극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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