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본주의, 인간이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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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본주의를 말한다/우네 유타카

는 사람이 천지자연과 일체가 되는 농본주의(農本主義)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농본주의는 인간이 뭇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게 하는 원리라는 것이다.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논에서 김을 매던 손을 멈추고 허리를 펴니 고추잠자리 무리가 저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천지는 정말 유정(有情), 즉 생명으로 가득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이런 순간을 누리면서 사는 것이 농본주의 삶이다.

탈자본주의 사상·시골 중심 세계관
자연에 대한 몰입 등 3대 원칙 강조

농본주의는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다’라는 것과 궤를 달리한다. ‘나라’를 거론하는 건 위정자들의 언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농사’와 ‘농업’은 다르다. ‘농사’는 생명의 가치를 말하지만, ‘농업’은 식량의 경제 가치를 말하기 때문이다. 경제 가치를 말하지 않는 은혜, 천지자연의 은혜가 농사라는 것이다. 요컨대 농본주의는 근대, 자본주의, 효율성, 경제 가치에 맞서는 사상인 것이다. 농업이 경제 가치를 말하지만 결국 산업적 가치를 맹신하는 자본주의 위계 구조에서 외곽으로 형편없이 밀려났지 않은가 말이다. 농본주의는 근본주의를 향한다. “땅을 응시하는 것은, 거기에서 노동의 수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천지자연을, 그리고 우리 인간을 보는 것이다.” 일본에서 ‘농본주의’라는 말은 1897년에 나왔다고 한다.

농본주의 3대 원칙이 있다. 첫째는 근대화 비판, 탈자본주의화이다. 농사는 본질적으로 산업화, 자본주의화, 경제성장과 화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끝없는 성장, 생산성으로 내닫는 것은 산 것들의 생명에는 이질적이고 이상한 것들이라는 게다. 농사는 인간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자연의 커다란 품속에서 그 은혜를 나누어 받는 것이라는 게다.

둘째는 마을, 시골이 세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가 있고 시골이 있는 게 아니라 시골이 있고 나라가 있다는 것이 농본주의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의 주체라는 것도 잘못이며, 국민화 국민국가를 경계한다.

셋째는 자연에 대한 몰입이야말로 농사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시간을 잊고 자신을 잊고 고민도 잊은 채 농사일에 몰두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면 나는 천지자연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아, 어느새 해도 저무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바로 이런 인생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것임을 농본주의자들은 발견했던 것입니다.”

천지에 대한 몰입은 종교적인 울림으로 이어진다. “농본주의자에게서 종교적인 향기가 나는 것은 근대를 극복해가기 위한 삶의 방식이 그런 향기를 풍기는 것일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사란 천지에 떠 있는 커다란 배인 것입니다. 이 배에는 농민도, 농민이 아닌 사람도, 생명체나 풍경, 농산물도, 축제나 국가 그리고 신도 타고 있습니다.” 우네 유타카 지음/김형수 옮김/녹색평론사/256쪽/1만 1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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