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관의 남북 시선] 북한 미사일 실험과 ‘투키디데스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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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북한이 며칠 간격으로 두 번의 미사일 실험을 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3월 21일 순항미사일을 실험하고 나서 4일 만에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후자에 대해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006년 1718호부터 채택되기 시작한 10차례의 유엔안보리(대북 제재)결의안 2항에는 북한에 요구하는 두 가지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 사용의 금지이다. 다만 첫 번째 결의안 1718호는 ‘탄도미사일 발사’ 금지를 요구했다가 이후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 금지로 표현이 다소 달라졌다. 2009년 4월 북한이 광명성 2호를 발사하면서 우주 개발을 위한 로켓 발사라는 명분을 내세우자, 유엔이 이에 대해서도 제재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모든 발사를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어쨌든 북한은 2017년 11월 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이후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

북, 최근 두 번의 미사일 실험 실시
미국,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경고

각국의 결의안 자의적 해석도 문제
국제사회 기준 엇갈리면 위험 신호

‘북한 문제’ 한반도에만 국한 안 돼
우리 정부, 현재·미래 통찰력 필요


그런데 단거리 미사일은 예외였다. 지난해 3월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2019년에는 7차례나 탄도미사일 실험을 했다. 특히 2019년 10월에는 단거리지만, SLBM(잠수함 발진 탄도미사일) 실험까지 시도했다.

아마도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계기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 같은 해 3월 중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개월 동안’ 도발을 하지 않았고 유엔 결의안을 준수했으나,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아무런 대가가 없음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저강도 도발이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인상적이었다. 단거리 미사일 실험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이 아니며, ‘유엔 제재 결의안’ 위반도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5월 KN-23 미사일 실험에 대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안보리 결의안 위반 주장도 자신의 트윗을 통해 뒤집기도 했다. 유엔안보리가 소집된 적은 있지만, 아무런 추가 제재를 끌어내지 못하고 성명 발표에 그친 바 있다. 결국 중·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면 유엔 결의안 위반이 아닌 것처럼 인식됐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평가는 다르다. 즉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렇게 된다면 유엔 결의안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국가마다 입장이 엇갈릴 수 있을 것이다.

또 결의안 조항에는 제재(sanction)와 해법(solution)을 담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제재에만 관심이 있고 해법에 관심이 없는 것도 해결의 난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해법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의안 2397호 28항은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수정 또는 중단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 적어도 2019년 4월까지는 핵실험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도발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거나 변경하지 않았다. 당시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은 이런 불만의 표현이었다.

물론 그동안 유엔 결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던 북한이 뒤늦게나마 결의안을 지켰으니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모순이다. 그리고 결의안의 해법 28항을 모르쇠로 일관하던 미국이 이제 와서 2항의 금지 조항을 정확히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모순이다. 결국 유엔 결의안의 조항은 자국이 유리할 때만 필요한 내용이 되어 버린 것일까.

이처럼 국제사회의 기준과 판단이 엇갈리는 것은 위험한 신호다. 1937년 9월 국제연맹은 일본의 중국 침략에 대한 비난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2년 뒤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과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지는 동기가 됐다. 미국은 2003년 2월 유엔안보리 부결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반대했던 유럽 국가들도 이후에는 미국과 함께 이라크 관리에 참여하는 이상한 동거가 발생하기도 했다.

유엔 결의안에 대한 일관된 해석이 없다면 5개 상임이사국 간 대립은 불가피하다. 국제사회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쿼드(4개국 안보 대화)’의 탄생으로 대중국 압박이 구체화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에 대한 압박이 추가된다면 2500년 전 그리스의 전란을 암시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문제가 ‘방아쇠’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한반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구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현명한 판단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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