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게나 고둥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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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지고 있다. 꽃은 지기 마련이지만 아쉬운 게 또 사람 마음이다. 부산에서 공식적인 올해 첫 벚꽃 개화는 3월 17일이었다. 지난해보다 5일이나 일렀다. 평년기온이 매년 높아지면서 벚꽃 개화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벚꽃엔딩’ 직전에 찾아온 불청객 황사가 무척 원망스러웠다. 흩날리는 벚꽃 잎이 퍼지는 거리를 걷기에는 숨이 막혔다. 부울경에는 황사 경보가 11년 만에 내려졌다. 심지어 29일 오후 부산은 대기질지수(AQI)가 한때 723이란 기록적인 수치로, 세계에서 대기질이 가장 안 좋은 도시가 되기도 했다.

한반도를 덮친 황사의 출발지는 이번에도 몽골과 중국 북부였다. 그런데 급속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몽골과 중국 네이멍구(내몽골) 상황이 더 좋지 않아졌다고 해서 걱정이다. 몽골 중부에 위치한 둘레가 20km나 되는 어기누르 호수의 면적은 13% 이상 줄었다. 몽골 초원은 이전보다 건조해졌고, 몽골과 국경을 맞댄 네이멍구에서도 가뭄 빈도가 잦아졌다. 몽골과 중국 북부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모래폭풍의 발원 지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 언제든지 한반도로 황사가 날아올 상황이 되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농사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사과하면 대구는 옛날 말이다. 대구의 여름은 너무 뜨겁고 겨울엔 따듯해 사과나무가 자라기 힘든 환경이 되었다. 사과 주산지는 충북과 충남, 강원 산간지역까지 올라가고 있다. 대신 대구에서 감귤이 생산되고, 경주에서는 한라봉이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온난화가 지속되면 더 많은 과일나무가 북쪽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빈자리를 망고나 패션프루트 같은 아열대 과일 재배가 채우는 형국이다. 사과는 10년 뒤쯤에는 한반도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바닷물 온도도 높아지면서 해양생물의 서식지도 점점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난류성 어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52.0%에서 지난해 68.8%로 크게 늘었다. 해안에 사는 달랑게는 경북 포항 북구에서 울진으로 80㎞ 정도 북쪽으로 이동했다. 기수갈고둥도 울진에서 강원 삼척으로 20㎞가량 북상했다. 소라는 울진 부근인 북위 37도까지 서식처를 확대했다. 온도가 상대적으로 늦게 상승하는 해저의 바닥에 사는 게나 고둥까지 서식처가 북상한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기후변화 때문에 자연이 바뀌고, 동식물이 짐을 싸고 있다. 인류가 옮겨 갈 행성이 있는 게 아니라면 당장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 박종호 수석논설위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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