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안전공사] 공공기관 최초 발달 장애인 안전예술단 창단 ‘상생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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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기안전공사가 운영하는 장애인 안전문화 공연단(유니버셜 안전예술단)이 지난 25일 전북혁신도시 전기안전공사 본사 대강당에서 첫 무대공연을 가졌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제공

무대 위 커튼이 걷히며 환한 조명이 밝혀진다. 커다란 인형 모자를 쓴 다섯 연기자들이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한다.

빙그르르 자리를 맴돌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음을 옮긴다. 노래가 끝나고 이어지는 상황극, 두 팔로 휘휘, 동그라미와 가위를 연신 그리는 몸짓 속에서 종처럼 청량한 목소리가 굴러 나온다.

연기자·연출 12명 모두 장애인
뮤지컬 첫 공연 뜨거운 박수 받아
“다양한 직무, 장애인 고용 늘릴 것”

‘지켜주세요.’ ‘잊지 마세요.~’ 호흡 맞추기 쉽지 않은 연결 동작들도 척척, 긴 대사마저 또박또박 들린다. 무대 아래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 소리가 번진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지난 25일 전북혁신도시에 있는 본사 대강당에서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작은 행사를 가졌다. 최훈 전북도 행정부지사,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 김승환 전북교육감, 조향현 한국장애인공단 이사장 등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펼쳐진 ‘유니버셜 안전예술단’ 특별공연이 그것. 전기안전공사가 매년 펼치고 있는 전기안전 어린이 체험뮤지컬을 장애인들이 직접 꾸며 마련한 무대다.

유니버셜 안전예술단은 연기자와 스태프 모두가 장애인들로 구성된 안전문화 공연단이다. 안전에 관한한 장애·비장애 경계 없이 모두가 ‘보편적인(Universal)’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뜻을 담았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화재 4만여 건 가운데 약 30%가 주거시설에서 일어나는 사고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이 장애인이라는 것. 2019년 발간한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서도 인구 10만 명당 화재로 인한 장애인 사망자 수가 비장애인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경우 주거시설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데다 화재 요인이나 위험을 정확히 인지해 사고가 일어났을 때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쉽고도 다양한 안전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유니버설 안전예술단은 공연 연출자와 연기자, 스태프 등 12명의 구성원 모두가 발달장애인들이다. 지난해 특별채용 과정을 거쳐 선발된 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협조로 5주간의 맞춤교육을 받았다.

올해 1월 시범공연을 치른 안전예술단은 당초 전북도내 특수학교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교육문화 활동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로 아직 공식 순회공연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뮤지컬 공연 모습을 영상에 담아 보다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SNS와 유튜브 등에 올렸다.

기대와 응원의 댓글이 줄을 이었고, 지역 교육청도 손을 내밀었다. 전기안전공사는 올해 봄 학기부터 각급 특수학교에 교육용 공연영상물을 제공했다.

안전예술단 창단은 비단 장애인을 위한 ‘안전교육’에만 그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도 함께 도모한 것이다. 영세 제조업종에 치우친 장애인 일자리를 공공기관이 앞장서 문화예술 등 좀 더 다양한 직무 분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전기안전공사는 지난해 9월 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고용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기시설의 안전을 주로 다루는 공사의 업무 특성상 장애인 채용과 적합 직무 발굴에 어려움이 컸던 상황에서 장애인고용공단과의 협약은 안전예술단 창단과 같은 장애인 채용의 새로운 길을 연 셈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이를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우수사례로 손꼽은 배경이다.

박지현 전기안전공사 사장은 “안전과 일자리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라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문턱 없는’ 세상을 위해 장애인 고용과 근무환경 개선에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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