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08. 얀 파브르 ‘이 얼마나 유쾌한 미친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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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파브르(Jan Fabre)는 1958년 벨기에에서 태어난 작가이다.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공연 연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파브르 곤충기>의 저자 장 앙리 파브르(Jean Henri Fabre, 1823~1915)의 증손자이기도 하다.

얀 파브르는 유년시절부터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곤충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생명의 성장과 소멸, 자연의 순환원리, 삶의 덧없음 등을 다룬 신비로운 작품으로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이 얼마나 유쾌한 미친 짓인가!’는 2013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얀 파브르: 블루의 시간’전에 출품한 작품이다. 그의 대표적인 블루 시리즈 작품으로, ‘블루의 시간’은 야행성 동물이 수면의 상태에 접어들고 주행성 동물이 아직 깨어나지 않는 밤과 낮의 ‘경계의 시간’을 의미한다. 이 시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매우 중의적이며 신비로움을 가득 담고 있다.

얀 파브르 작가는 BIC 볼펜 잉크라는 파란색 안료를 사용하여 7개의 욕조와 7마리의 부엉이를 제작했다. 일상을 의미하는 욕조와 야행성 동물인 부엉이를 한 공간에 배치해, 이질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강렬한 푸른색은 이런 신비로움을 더 강하게 표현해 낸다.

얀 파브르의 작품은 독특한 연출과 심오하면서도 난해한 의미들이 교차한다. 이를 통해 쉽게 언어화할 수 없는 미적 체험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작품의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삶과 죽음, 시작과 끝, 밤과 낮 같은 대칭적인 개념들의 경계를 사유하게 된다. 마치 그가 그토록 주목하고 있는 ‘블루의 시간’처럼. 이 작품은 1987년 제작된 원본을 토대로 2013년에 다시 제작되었다. 양은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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