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종, 모양은 달라도 염원의 뜻은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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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립박물관 ‘세계의 종 초청전’ 플래카드 옆에 박명석 대표가 수줍게 섰다(왼쪽). 전시에는 세계 각국에서 박 대표가 30년간 수집한 각양각색의 종 650점이 일목요연하게 분류돼 선보인다.

경남 밀양지역 60대 사업가가 30년 동안 세계 70여 나라에서 수집한 종(鐘)을 시립박물관에서 전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밀양시립박물관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7월 4일까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세계의 종(鐘) 초청전’을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경남 밀양 조경업자 박명석 씨
30년간 70여 나라 3500점 수집
650점 밀양시립박물관 초청전

전시회의 주인공은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조경회사를 운영하는 박명석(61) 대표. 박 대표는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초등학교 종소리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해 종 수집에 나섰다. 그가 지난 30년간 국내뿐 아니라 세계 70여 나라를 다니면서 수집한 종은 3500여 점에 이른다. 일본과 중국 등 이웃 국가는 물론 미국, 아프리카까지 누볐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수집한 종을 모두 전시하기에 공간도 좁고, 분류 작업에 필요한 손길이 너무 모자라 엄선한 650점만 선보이고 있다. 수집한 나라와 소재, 형태, 용도 등 4가지 기준으로 수집한 종을 분류해 알기 쉽게 전시한다. 시립박물관 나들이에 나서지 못한 나머지 종은 박 대표가 운영하는 조경회사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다.

박 대표는 “종은 크든 작든, 무겁든 가볍든 저마다 소리와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어릴 적 학교 종소리에 담긴 추억을 잊지 못해 여행을 다닐 때마다 종에 관심을 갖고 모았고, 나중에는 종을 모으기 위해 해외 여러 나라를 다니게 됐다”고 말한다.

30년 동안 종 수집에만 몰두했던 박 대표가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회를 갖게 된 계기는 ‘인연’이다. 지난해 말 밀양시립박물관 옆 밀양아리랑대공원에서 조경작업을 하던 박 대표는 자신이 소장한 종 이야기를 박물관 측에 전달했고, 박물관 관계자가 전시 의사를 흔쾌히 수락하면서 준비가 시작됐다. 박 대표는 그동안 애호가로서 종 수집에만 집중했다. 종의 구체적 분류방식과 전시 방법 등에는 문외한이었다. 김재학 밀양시 박물관담당 자문을 토대로 디스플레이에만 수개월이 걸렸다. 이번 전시회는 박 대표가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관람료는 무료다.

박 대표는 “조경업은 대개 겨울이 비수기여서 매년 겨울에는 종을 수집하러 해외로 가곤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해외에 나갈 수가 없다 보니 전시회를 하게 됐다”면서 “이번 전시회가 세계 각국의 종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의 골동품상회와 벼룩시장에서 진기한 종을 수집해 왔다”면서 “종에는 각 나라와 시대 상황에 담긴 문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수집한 종을 모두 전시할 수 있는 ‘종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갖게 됐다. 박 대표는 “주말에 전시회를 보러 오는 관람객을 위해 해설 봉사도 하고 있다”면서 “종은 국적과 생김은 다르지만 각각의 소망과 염원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종소리에 이끌린 한 애호가의 소박한 종박물관 건립 소망은 관람객의 발길 속에 더 무럭무럭 자라날 것 같다.

글·사진=김길수 기자 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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