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현대미술관 건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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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산현대미술관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변화하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상상과 제안을 담은 ‘혁명은 도시적으로’ 전시가 한창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건축 관련 전시가 가끔 열린다. 하지만, 부산에서의 건축 전시는 꽤 오랜만이다. 부산현대미술관만 봐도 개관 이후 처음 열리는 건축전이다.

전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지구적 위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건축가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1층 실내 전시실의 작품들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특히 야외 전시는 코로나 상황에도 부합돼 미술관을 찾는 시민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우신구 작가의 ‘재개발 정원’은 마치 처음부터 미술관과 함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우 작가는 재개발 현장에서 버려지는 나무를 미술관 야외로 옮겨 와, 아파트로 인해 사라지는 주택과 정원, 도시와 생명의 순환, 그리고 재생에 관해 얘기한다.

이성호 작가의 ‘표리(表裏)’, 이기철 작가의 ‘코로나 그리드’도 인상적이다. ‘표리’는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고립되고자 하는 심정과 소통하고자 하는 희망, 갇힌 곳에 머물고자 함과 동시에 열림을 지향하는 심정, 압축되는 포근함과 확장되는 후련함의 두 얼굴을 콘크리트와 철을 이용해 집처럼 구현해 냈다. ‘코로나 그리드’는 건축 강철 자재로 2×2m의 그리드(사회적 거리 두기 간격 2m를 상징)를 설정해 전시 기간 그 속에서 개인이 펼칠 다양한 행동이나 행위에 주목한다.

표응석 작가의 ‘코로나 웨이브’도 마치 처음부터 있었던 공간처럼 그 배치가 자연스럽다. 작가는 “우리에게 늘 익숙한 평면적인 대지의 모습 대신, 바닥을 입체적으로 변형해 새로운 모습 또는 낯설게 하기를 통해 일상적으로 보이던 것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시는 4월 11일까지다. 통상 전시가 끝나면 전시물은 철거되기 마련. 하지만 ‘혁명은 도시적으로’의 일부 야외 전시작은 곧바로 철거하기엔 너무 아깝다. 그만큼 미술관과 썩 잘 어울린다. 다행히 미술관에서도 “시민이 원한다면, 일부 야외 작품은 곧바로 철거하지 않고 일정 기간 두는 쪽으로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부산현대미술관 건축전이 봄을 반긴다. 꽃이 점점이 흩날리는 계절. 코로나19로 미술관 ‘사각의 갇힌 틀’이 답답하다면, 을숙도 들판에서 봄 향기 맡으며 자연과 함께하는 이런 전시를 ‘봄’이 어떨지. 더 늦기 전에….

정달식 문화부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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