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의 특산물 ‘갈미조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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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물 낙동강 ‘갈미조개’가 사라지고 있다. 어민들은 어업 환경이 더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역 특산물을 잃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0일 부산시수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개량조개(사진·갈미조개의 정식 명칭)가 낙동강 하굿둑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개량조개는 생김새가 갈매기의 부리 같다고 해서 갈미조개로 더 잘 알려졌는데, 낙동강의 대표 특산물 중 하나다. 다른 지역에서는 ‘명지 갈미조개’라고도 불릴 정도로, 지역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이름나 있다.

생산량 적고 상품성 떨어져
어민 “돈 안 된다” 채취 꺼려
지난해부터 찾아볼 수 없어
식당들 전남·전북에서 구입
내달 종패 10만 미 살포 계획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생산량 자체가 적어 어민들이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아예 채취를 꺼리는 분위기다”며 “개량조개를 채취하더라도 크기 자체가 크지 않은 상품성이 부족한 조개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개량조개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매년 생산량의 변화폭이 크다. 어민들은 종패를 사서 방류를 해두는 식으로 조개를 얻는다. 씨만 뿌려놓고 자연 상태로 알아서 크는 방식이라 생산량 자체가 조절되지 않는다. 사실상 양식이 불가능한 셈이다.

부산시수협은 약 163ha의 복합양식장에서 개량조개를 생산 중인데 복합양식장 상부에는 김을 양식하고 하부에 종묘를 뿌려두는 식으로 관리한다. 사실은 김이 주라 갈미조개는 관리도 특별히 하지 않을뿐더러 환경 변화에 약해 조절도 불가능하다.

개량조개가 워낙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보니, 그 이유를 두고도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주요 생산지인 명지 일대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하굿둑 개방 실험 등의 다양한 변화가 있다 보니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자율관리어업전국연합회 오성태 전 사무총장은 “4대강 보 문제부터해서 녹산지역 하수관거 문제까지 낙동강에 기대어 살고 있는 어민들의 환경이 많이 변했다”며 “이에 따라 올해는 낙동물김의 품질도 많이 떨어졌고, 개량조개도 씨가 말랐는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민들은 환경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수산물인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지역 특산물이 아예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명지동 일대에는 개량조개를 주력으로 하는 음식점들이 몰려 있다. 이들은 전북, 전남 등에서 생산되는 개량조개를 구해 영업 중이다.

일단 부산시수협은 2000만 원을 투입해 4월 중에 종패 10만 미를 낙동강하구에 뿌린다는 계획이다. 부산시수협 차원에서 종패를 뿌리는 것은 처음이다. 종패는 1년이면 성체로 자란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지역의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종패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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