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부산역까지 철로 지하화 불가능” 박형준 “해수부 장관 때 부산에 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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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후보 매운맛 토론회

부산시장 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김영춘(왼쪽)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일보사 스튜디오에서 열린 <부산일보> 주최 토론회에 참석,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김 후보가 해수부장관 재직 당시 해운산업을 살린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부산지역 250여 개의 중소해운사나 수산업계에서는 김영춘이 부산을 위해 한 게 뭐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박형준)

“국민의힘 정부가 한진해운을 파산시켜서 반토막난 해운산업을 재건하는 데 8조 원을 투입했다. 대형 해운사들이 흑자를 내면서 파급 효과로 작은 선사들도 영업 수지가 개선되고 있다.”(김영춘)

29일 <부산일보>가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 간의 ‘매운맛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상대의 주요 공약과 행정 역량, 과거 행적 등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불꽃 공방을 벌였다. <부산일보> 이현우 정치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부산일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역대 최악의 부산시장으로
김 “허남식” 박 “오거돈” 꼽아
‘소속 정당 치적’ 신경전 확전
김 “신공항 등 실행한 것 없다”
박 “외곽고속도로 MB 때 추진”
해운대 땅 헐값 매각 의혹엔
김 “부채 상환 빠뜨린 것 잘못”
박 “시민 현혹하는 마타도어”


■‘최악의 시장’ 허남식 vs 오거돈

‘역대 최고의 부산시장을 꼽아 달라’는 공통 질문에 김 후보는 안상영·문정수 전 시장을, 박 후보는 안상영 전 시장을 꼽았다. 반면 최악의 시장은 선택이 엇갈렸다. 김 후보는 “10년 동안 부산을 위해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이뤄 놓은 게 없다”며 허남식 전 시장을 지목했고, 박 후보는 “뭐니 뭐니 해도 오거돈”이라며 “친문 핵심들에 의해 시정이 농단됐고, 결국 불미스러운 일까지 일어났다”고 혹평했다.

출산율 감소와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 도시’로 전락한 부산의 진단을 놓고서도 양 후보의 처방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박 후보는 “그동안 부산도 물질적 복지 문제만 다뤄 왔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북유럽이나 출산율 높은 선진국가들의 경우 가족, 학교, 종교, 시민사회 등 차원에서 서로를 보살피는 공동체의 가치가 살아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출산율을 높이면서 인구를 외부에서 유입시키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청년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부산 경제를 지금과는 다른 차원에서 재건해 내는 것이 필수”라고 답했다.



■경부선 지하화 부산역까지 연장?

후보자들이 직접 묻고 답하는 주도권 토론에서는 양측의 공방이 한층 매서워졌다. 두 후보가 사안마다 일촉즉발로 충돌하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김 후보가 “환경공약이 없다”며 박 후보를 겨냥해 던진 위협구는 곧바로 경부선 지하화 구간 연장 문제로 옮아붙었다. 김 후보는 “구포에서 사상, 부산진에 이르는 경부선 철길 17㎞ 구간을 백양산 밑으로 지하화시키고 40리 숲길을 조성해 부산을 녹색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 민주당 중앙당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선 만큼 자신 있다”고 자신의 공약을 부각시켰다. 박 후보는 “제가 주장하는 ‘15분 도시’에 녹색 철학이 들어 있다. 경부선 철길 지하화는 여야가 같이 추진해 온 사업으로, 전적으로 동의하며 저희는 거기다 부산역까지 지하화하자는 것이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김 후보는 “부산역까지 지하화하자는 것은 이 사업에 대한 검토를 잘 안 해서 하는 소리다. 저희들이 다 따져 봤다. 부산역은 경부선 KTX 선로가 들어오는 구간이기 때문에 지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는 “2가지 대안이 있다. 북항재개발과 맞물려 북항부터 부산역 광장까지 하나의 공간으로 만드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고, 부산역을 부산진역으로 옮기는 대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양 후보 간 설전은 소속 정당의 치적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확전됐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차이가 국민의힘은 말로만 하고 실행은 안 한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도 그랬고, 경부선 철길 지하화도 그렇고, 부울경 메가시티 권역을 만들겠다는 것도 MB(이명박) 정부 때 말했다는 데 하나도 된 게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박 후보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안 하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전혀 타당하지 않다. 부울경 메가시티만 해도 민주당 정권에서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에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전개돼 온 역사가 있다. 창원 울산 부산을 잇는 외곽고속도로망도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것”이라고 받아쳤다.



■“재산신고 잘못” “마타도어 선거”

김 후보는 박 후보의 해운대 땅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 “박 후보가 해당 부지를 9억 8000만 원에 팔았다면서 국회 재산신고에는 5억 원에 매각했다고 신고했다. 어제(28일) 해명에서는 부채가 상환된 것을 제외하고 신고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부채 상환 내역을 빠뜨린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는 “2005년 7월에 해당 부지를 인수해 그해 11월에 매각했다. 통상 공직자 재산등록은 봄에 하는데 그해 재산 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다음 해에 신고할 때 부채를 탕감하고 5억 원이라고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내가 하는 미술산업도 독립적 전문 영역으로 인정해 줬으면 한다. 왜곡하고 의혹만 제기하는 이런 방식은 시민들을 현혹하는 것밖에 안 된다. 이게 마타도어 선거”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김 후보의 해수부장관 재직 당시 부산을 위한 실질적 성과와 기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김 후보는 박 후보의 국회 사무총장으로서의 행정 경험을 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김 후보는 “해수부 최고 장관으로 평가받는 김영춘이 위기도시 부산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개척자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혁신의 파동을 일으켜서 청년들이 희망을 볼 수 있는 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박태우·이은철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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