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진인 줄 알았더니 ‘고름 물집’… 보습제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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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바닥 농포증

손발바닥 농포증은 증상에 따라 바르는 외용제를 써 보고 안되면 광선치료(사진)와 먹는 약을 단계적으로 처방한다. 최근에는 염증 물질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 제제가 나왔다. 부산대병원 제공

두 자녀를 둔 40대 여성 K 씨는 손발바닥에 물집 같은 게 생겨 주부 습진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온라인을 통해 얻은 정보로 보습제 등을 바르며 스스로 관리해 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나아지기는커녕 노란 고름이 차올랐다. 급기야 물건을 집거나 걸음을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았는데 ‘손발바닥 농포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증상이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재발이 계속되면서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눈에 쉽게 띄는 병변 때문에 외부 활동도 줄어들면서 우울감에 시달리다 치료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던 차에 생물학 제제가 나왔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심하면 피부 갈라지고 염증·통증 동반
손습진·한포진 등 다른 질환과 혼동
외용제·광선치료·약물치료 ‘일반적’
인터루킨-23 억제제, 새 치료법 부상

■손발바닥에 농포 생기는 난치성 질환

손발바닥 농포증은 손발바닥에 염증주머니 ‘농포’가 생기는 질환이다. 손이나 발바닥에 2~4㎜ 크기의 물방울 모양의 농포와 붉은색 반점 같은 염증이 발생한다. 건선처럼 끊임없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 난치성 질환이다. 습진성 질환인 한포진의 경우 아주 투명한 색깔의 물집이 잡히는 것과는 달리 노란 고름이 생긴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증상이 심해지면 각질층이 두꺼워지면서 피부가 갈라지고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한다. 손발바닥의 병변이 겉으로 드러나 목욕탕에도 안가고 악수도 꺼린다.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심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전체 건선 환자 중에서 10% 정도가 농포성 건선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1만3천명 정도의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질병을 숨기거나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병원 피부과 김병수 교수는 “손습진, 한포진 등 다른 질환과 구별이 어려워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헤매는 환자가 많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잘못된 정보를 접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외용제, 광선치료, 약물 등 단계적 시행

손발바닥 농포증의 동반질환으로는 건선관절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을 수 있다. 건선관절염은 관절 내부와 주변에 통증이 생기고 뻣뻣함과 부기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관절 변형까지 진행되면 치료를 하더라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외용제, 광선치료, 먹는 약 중에서 적절한 치료제를 골라 처방한다. 중증도에 따라 먼저 바르는 외용제를 써 보고 실패할 경우 광선치료, 먹는 약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지금까지는 손발바닥 농포증 치료에서 외용제, 광선치료, 약물 치료에 실패할 경우 다른 치료 대안이 없었다. 특히 먹는 약은 장기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약물 치료 이후에는 더 이상 새로운 치료법이 없었다.

이런 연유로 많은 환자들이 손발바닥 농포증을 증상 조절이 불가능한 질환이라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도 한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깨끗한 피부를 되찾고 얼마든지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고 잘못 대처하게 되면 질병이 만성화될 수 있다.



■생물학 제제 등장 희소식

손발바닥 농포증은 질병 특성상 한번 상처가 나면 계속해서 면역세포가 발생해 정상세포까지 공격한다. 제대로 치료를 하기 위해선 계속 반복되는 면역세포 기전을 차단해야 한다.

기존 치료제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면역기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지만 새로 나온 생물학 제제는 병의 원인이 되는 염증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준다. 증상 발현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인터루킨-23)을 억제하는 생물학 제제가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등장한 것이다.

인터루킨-23 억제제는 기존의 치료제에 저항을 보이거나, 부작용이 발생한 중증 환자의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생물학 제제는 생물학적 작용을 통해 세포나 조직 등에서 만들어지는 약제로 화학적 합성과정을 통해 제조되는 다른 약제에 비해 안전하고 부작용이 적다. 더군다나 증상 발현의 주요 원인을 표적하여 차단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에 비해 안전성과 효과가 뛰어나다.

따라서 일정 기간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또 기존 치료제는 간이나 콩팥에 부담이 가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생물학 제제는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 사람 몸에서 만들어진 항체와 똑같기 때문에 나쁜 반응이 생기지 않는다. 2~3주가 지나면 몸에서 자연소실 되기 때문에 장기간 맞아도 주요 장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두 달에 한 번 투여로 관리가 가능해 환자가 1년에 6~7번만 병원에 방문하면 될 정도로 편의성이 높다. 병원에 자주 내원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해 바쁜 현대인도 부담없이 치료할 수 있다.

부산대병원 피부과 김병수 교수는 “생물학 제제는 기존 치료제로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들이 안심하고 부작용 없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치료법이다. 더이상 치료가 안되는 난치 질환이라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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