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5일 이상 열나고 결막 충혈 땐 ‘가와사키병’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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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이하 영유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가와사키병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다. 대한가와사끼병학회장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송민섭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한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소아질환이 있다. ‘가와사키병’이다. 가와사키병은 영유아에서 주로 발생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1967년 일본에서 가와사키 도미사쿠라는 소아과 의사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급성기에 치료하지 않는 경우 환자 중 15∼20%에서 관상동맥염증이 생겨 관상동맥류(관상동맥혈관이 염증으로 인해 약해지며 확장됨)로 진행되고, 드물지만 허혈성 심질환(심근경색증)이나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


6개월~1세 영유아 급성 열성 질환
방치 땐 관상동맥류로 진행
허혈성 심질환·사망까지 초래
원인 아직 불명… 전염성은 없어
면역글로불린으로 대부분 치료


■5세 이하 영유아에서 주로 발병

가와사키병이 주로 발병하는 연령대는 5세 이하로, 환자의 80%를 차지한다. 6개월∼1세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한다. 가와사키병에 의한 사망은 대개 심혈관계 합병증에 기인하는데, 최근엔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 극히 드물어졌다.

대한소아심장학회 전국역학조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와사키병 발생자 수는 2000년대 초엔 1년에 3000명 정도였으나, 최근엔 연 5000명대로 늘어났다. 이는 가와사키병이 희귀병 수준에서 벗어나 드물지 않은 질병 단계로 들어섰음을 나타낸다.

가와사키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유전적 소인을 갖는 환아에서 바이러스, 세균 등 감염성 원인체나 환경 요인이 방아쇠 역할을 해 과민반응과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혈관에 염증과 손상이 일어나 가와사키병이 생긴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원인 불명이지만, 전염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송민섭 교수(대한가와사끼병학회장)는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으로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등 방역조치 이후 특히 소아에서 호흡기 감염이 많이 줄었는데, 가와사키병도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와사키병이 호흡기 감염 후 면역반응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면역글로불린 주사제 효과 80~90%

가와사키병은 5일 이상의 발열과 함께 ①결막 충혈, ②구강 점막의 변화, ③손발의 발적·부종 및 손발가락 끝 피부 벗겨짐, ④여러 형태의 발진, ⑤경부 임파선 부어오름 등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아직 특별한 검사법이 없어 임상 증상 기준에 의존해 진단하는데, 고열과 함께 다섯 가지 증상 중 네 가지 이상이 나타나면 전형적인 가와사키병으로 본다.

최근엔 진단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않는 ‘불완전 가와사키병’이 증가하는 추세다. 발열과 2~3가지 증상만 드러나지만, 임상 검사나 심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경우 진단된다.

송민섭 교수는 “영아가 발열과 함께 BCG 접종 부위가 벌겋게 부어오른다든가, 발열과 결막 충혈만 보이기도 하고, 경부 임파선염 증상만 보이다가 뒤늦게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증상이 모두 나타나지 않는 불완전 가와사키병이라도 관상동맥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와사키병에 걸렸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면역글로불린’ 주사제를 발열 7일 내 조기에 투여하면 환자의 80~90%는 잘 반응한다. 열도 잘 떨어지고 관상동맥 합병증도 막아 준다.



■저항성 가와사키병엔 인플릭시맵

면역글로불린 주사에도 반응하지 않는 면역글로불린 저항성 가와사키병 환자도 있다. 이럴 경우엔 스테로이드나 TNF-알파 차단제인 ‘인플릭시맵’ 등이 사용된다. 특히 인플릭시맵은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아 최근 활용도가 늘어나며,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면역글로불린 저항성 가와사키병에 건강보험 요양급여가 시작됐다.

송민섭 교수는 국제가와사키병학회 심포지움에서 ‘한국인 소아에서 불응성 가와사키병의 인플릭시맵 치료’라는 주제로 전국 조사 결과를 두 차례 발표해 그 효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면역글로불린과 함께 투약하는 아스피린은 가와사키병의 급성기에 고용량을 1일 3~4회, 열이 떨어지면 저용량으로 낮춰 1일 1회 2개월가량 복용하는 것을 권장하나, 최근엔 아스피린 고용량 요법의 관상동맥 합병증 예방효과에 대한 이견들이 있다.

가와사키병의 합병증으로 생긴 거대 관상동맥류(8mm 이상)가 지속될 경우는 간혹 폐색이나 협착이 생기고, 허혈성 심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드물게 급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간 크기의 관상동맥류는 점차 정상적으로 작아지기도 하나, 거대 관상동맥류는 혈전 폐색이 생겨 없어지지 않고 장기간 남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10년 이상 장기간 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혈전 예방을 위해서는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와파린 등과 같은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처방한다.

송민섭 교수는 “어떤 크기든 관상동맥류가 남게 되면 심장 초음파검사나 관상동맥 조영술 등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며, 소아심장 전문의의 추적 관리를 받길 권한다”면서 “가와사키병 혈관염을 앓은 경우 비록 관상동맥류는 없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인자로 작용되거나 동맥경화로 진행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환자군에 대해서도 주의깊은 추적과 함께 흡연,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동맥경화증 위험인자를 피하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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