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선사 30척 발 묶여… 일부는 희망봉으로 항로 우회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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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수에즈운하

지난 23일(현지시간) 좌초된 길이 400m 짜리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오른쪽 위 점선 안)가 닷새째 이집트 수에즈운하의 통행을 막고 있다. 27일 (현지시간) 배들이 통항이 재개되길 기다리며 바다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이집트 수에즈운하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좌초로 막히면서 국내에도 물류와 수출, 유가 등에 전방위 후폭풍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도 비상대응체계를 갖추고 해운사도 항로를 바꿔 수송에 나서는 등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입이나 물가 등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양수산부 비상대응체계 구축
피해 최소화·동향 공유 등 대책
사태 장기화 땐 세계 경제 타격
예인선 10척 좌초선 부양 시도


■정부 장기화 대비 대응 나서

해양수산부는 28일 수에즈운하 통항이 중단에 따른 대응에 나섰다. 해수부는 이날 문성혁 장관 주재로 ‘수에즈운하 통항중단 대응 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국적선사 운영선박의 대응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도 마련했다. 일단 해수부, 한국해운협회, 국적선사 간 비상대응체계를 마련, 피해 최소화와 컨테이너선 우회 상황 등 정보를 신속 공개하기로 했다.

국적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도 수에즈운하 통항중단 장기화 사태에 대비, 컨테이너 선박 4척을 케이프(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유럽~아시아 왕래 노선 선박이 희망봉을 돌게 된 건 약 45년 만이다. 배재훈 HMM 사장은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들과 현지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수에즈운하 인근에 대기 중이거나 향후 1주일 이내(4월 4일까지) 통항 예정인 국적선사 운영선박은 약 30척에 달한다.



■만조 이용 선체 부양 시도

수위가 높아지는 만조를 맞아 좌초한 선박을 물에 띄우기 위한 시도도 진행된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좌초한 수에즈운하 현장에는 2대의 대형 예인선이 추가로 투입된다.

운송능력이 각각 3226 DWT(재화중량톤수)와 1907DWT인 이들 선박은 이미 현장에 투입된 10여 척의 예인선과 함께 좌초한 선박을 물에 띄우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날 부양 시도에서 진전이 보이지 않으면 선박에 실려 있는 2만여 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일부를 내려 무게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SCA 소식통을 인용해 배의 머리 부분이 박힌 제방 쪽에서 추가 준설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방위 산업 차질 빚나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 역시 위협받고 있다. 수에즈운하 통항 장기화가 현실화하면 세계 무역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일단 수에즈운하 양 끝단에서 대기하는 선박만 230척이 넘고 이들 선박에 실린 화물만 12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유럽을 향하는 자동차 물류가 타격이 크며 아시아를 원산지로 하는 식품, 공산품 시장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 역시 피해가 우려된다.

수에즈운하 사태가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밀어올릴 경우 전 산업 분야 타격이 불가피하다. 수에즈운하는 원유 주요 수송로 역할을 해 온 만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이미 수에즈운하 상황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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