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학관, 독자 공간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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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부산 정신을 집대성하게 될 ‘부산문학관’이 건립된다는 소식(부산일보 3월 26일 자 1면 보도)에 부산 문학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언어적 고투 속에 담긴 부산 근현대사의 고된 역정을 집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 6대 광역시 중 유일한 ‘부산의 공립문학관 부재 상황’을 메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서 부산문학관을 어떤 모양새로 만들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 수렴을 통해 다듬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부산시 ‘복합공간’ 건립 계획
문학계, 정체성 우려 목소리
입지 두고도 다른 의견 많아
“중론 모으는 지혜 발휘하길”


■“복합공간 아닌 독자적 부산문학관으로”

문학계에서는 한결같이 복합문화공간이 아닌 독자적인 부산문학관을 건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학평론가이자 전 부산문화재단 대표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는 “현재 부산시 계획대로 ‘문학관’과 ‘생활문화센터’, 양자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은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곳에 문학관 하나만 들어서도 나중에는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요산문학관장인 황국명 인제대 명예교수도 “부산문학관으로서의 위상, 부산문학사 성과물의 보존과 관리, 장차 해나가야 할 일 등을 고려한다면 생활문화센터와 어울리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2014년 개관한 대구문학관의 경우 공간이 좁아 추가로 문학관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으며, 2013년 개관한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은 지난해 10월 인근 인천문화재단 청사를 기획전시관으로 바꿔 공간을 확장한 바 있다.

문학평론가 황선열 부산작가회의 회장은 “이것저것 넣으면 잡동사니 공간이 될 우려가 많다. 부산문학관으로서의 명징한 공간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지역문학 연구자이자 시인 박태일 경남대 명예교수도 “부산문학관을 짓는다는 것은 근대 부산의 정신사를 집약하면서 하나의 정신을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 한 건물에 2개의 공간을 넣는다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도 “같은 건물에 2개의 기능을 공존시킬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최영구 부산문인협회장은 “오랜 시간 염원해온 부산문학관의 모양새는 ‘복합공간’ 속에 끼어드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원 부산대 교수도 “부산문학관은 대단히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복합공간으로 꾸린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입지 문제는 찬반양론

입지와 관련해 취재 자문을 구한 8명 중 2명은 장림포구 입지에 대해 “괜찮다”, 6명은 “너무 외지다”라고 했다. “괜찮다”는 의견은 낙동강과 바다, 을숙도가 있고, 나아가 신공항·신항과의 연결축까지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지다”는 의견은 “멀어서 마음먹고 가야 하는 곳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인천과 대구의 경우처럼 부산문학관은 원도심에 위치하는 것이 최적이다. 6명 중 3명은 외진 입지와 관련해 “시가 갑작스럽게 일을 진척시키면서 논의 과정이 누락된 것 같다”며 끝내 아쉬움을 표했다. 소설가 김성종 추리문학관장은 “외국의 경우 문학관은 시내 중심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3명은 “독자적인 부산문학관이 추진될 수 있다면 입지 문제를 수용할 수 있는 문학계의 폭은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부산시 문화예술과장은 “4월 중 추진위를 구성해 숙의를 진행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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